박성수(77)
“좌익비판 핑계로 친일 논리”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는 좌익교과서 비판을 표방했지만, 대안이 아닌 친일교과서에 불과하다.”
박성수(77)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27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최근 내놓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일본이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충실하며, 일제시대 친일단체인 일진회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명예교수는 성균관대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 등을 지낸 원로사학자로, 한국독립운동사 등의 분야에서 연구와 저술활동을 해왔다.
그는 오는 2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국현대사연구소(소장 이현희)가 ‘한국 근현대사의 진실을 밝힌다’를 주제로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대안교과서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비판한다’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 명예교수는 이 글에서 “대안교과서의 식민지 시대 기술은 ‘일본이 식민지 조선의 경제·사회·문화를 향상시키고 근대화하는데 공헌했다’는 ‘식민지 시혜론’에 다름 아니다”라며 “하지만 일본의 식민통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최악의 통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대안교과서는 독립운동을 격하시켜 단순한 ‘항일운동’이라고 표현하고,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해서도 ‘침략’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등 일제침략사를 올바르게 기술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민족주의 사상이 일제하 독립운동의 원동력이었음에도 민족주의를 버리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 명예교수는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가 나오게 된 데는 한국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역사왜곡을) 방치했기 때문에 국내 학자들이 일본의 학자들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좌익 비판을 핑계로 친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대안교과서로 촉발된 논쟁이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권 기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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