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이어 다음달 유전자변형 옥수수 상륙
원산지·성분 표시 제외업소 더 많아 ‘먹거리 불안’
원산지·성분 표시 제외업소 더 많아 ‘먹거리 불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연령·부위 제한이 대부분 풀리면서 ‘광우병 공포’가 번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맘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 “미국뿐 아니라 … 다 개방하는 게 맞다. 그 다음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했지만, 현행 쇠고기 성분과 원산지 표시 제도는 ‘허점투성이’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어렵다. 게다가 국내 전분당 업계는 곡류값 폭등을 이유로 다음달부터 유전자 조작(재조합) 옥수수를 들여오기로 했다.
27일 소비자시민모임,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들은 성명을 내어 미국산 쇠고기 연령 제한을 풀 경우 20개월 이하, 20~30개월, 30개월 이상 등으로 소의 월령을 세부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다”고 전제한 뒤, “월령 표시를 세분화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피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역시 6월부터 100㎡ 이상 규모의 업소로 확대되지만, 이는 전체 57만여 업소 가운데 11만여 곳으로 20%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메뉴도 구이·탕·찜·육회 등에 한정돼 쇠고기가 부재료로 들어가는 여러 음식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구이용 쇠고기를 파는 4만4천여 고깃집 중에서 영세 업소 57%가 원산지 표시 대상에서 빠진다. 가공 식품에 이르면 소비자의 알권리는 더욱 찾기 어렵다. 국민 먹거리인 라면에는 쇠고기 양념분말, 소고기 맛분 등 소뼈 등을 이용한 원재료가 수두룩하지만 원산지는 알 길이 없다. 주재료가 아니어서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의 성분과 원산지 표시 제도는 아직 미비해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렵다. 식약청 쪽은 “미국과의 협상 내용은 식품에만 해당돼 광우병 발병 지역의 소 태반 등 18가지 특정 위험물질(SRM)을 국내 화장품 원료로 쓰지 못하게 하는 등 국내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면서도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 등 소비자 알권리가 보완되더라도 수입 화장품 성분의 원산지 통제와 정보 제공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알권리 논란 역시 뜨겁다. 유럽연합(EU)이 모든 식품에 대해 유전자 조작 성분 표시를 하도록 한 것과 달리, 우리 규정은 전분당·식용유 등은 완제품에서 기술적으로 관련 유전자를 추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예외로 두고 있다. 이에 ‘유전자 조작 옥수수 수입 반대 국민연대’ 단체들은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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