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선후배 사이인 골프의류업체 대표와 의사가 함께 골프를 치러 가다 고속도로 갓길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여러 가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경찰은 변을 당한 두 중년 남성 중 한 명이 숨지기 직전 119구급센터로 전화를 걸어 '약물중독'이라며 도움을 요청한 점, 특별한 외상이나 제3자에 의한 범행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일단 두 남자가 마신 음료에 들어 있던 독극물에 의한 중독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승용차 안에서 나온 커피음료와, 이들이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견된 홍삼드링크와 주사기 1개에 주목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알루미늄 호일 뚜껑이 덮인 형태의 커피음료는 숨진 두 남자중 한 사람인 김모씨(50.의사)가 27일 오전 5시8분께 서울의 집을 나서며 집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한 것으로, 승용차 안에서 발견될 당시 한 개는 내용물이 반쯤 남아 있었고 나머지 한 개는 거의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이 커피음료에 두 사람을 숨지게 할 만한 약물이 들어 있었다면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누군가가 커피음료에 주입한 독극물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누군가 편의점에 진열된 커피음료에 독극물을 주입했고 이런 사정을 모른 김씨가 우연히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고교 후배인 박모씨(48.골프의류 판매업)와 함께 마셨다 죽음에 이르렀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불특정 다수를 노리고 음료에 독극물을 주입하는 사건은 과거에도 발생한 바 있다. 2004년 8-9월 대구지역 공원에서 독극물이 주입된 음료를 마시고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또 2006년 7월에는 주사기를 이용, 코카콜라에 독극물을 주입한 뒤 전남 화순 터미널 인근 슈퍼마켓과 식당에 가져다 놓은 40대 여자가 경찰에 체포됐고 이 코카콜라를 마신 이모(25)씨가 중태에 빠졌었다.
경찰은 숨진 김씨와 박씨가 잠시 들른 하남 만남의광장 휴게소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주사기 1개와 홍삼음료가 든 봉투를 수거했고 이 홍삼음료와 같은 종류의 홍삼음료를 김씨의 골프가방에서도 찾아냈다.
또 조수석에 타고 있던 김씨가 비닐봉투를 들고 내린 사실이 휴게소 CCTV에서 확인됨에 따라 김씨가 버린 봉투와 휴게소에서 발견된 봉투가 동일한 지, 홍삼음료와 주사기에 독극물이 들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커피음료와 홍삼드링크, 주사기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독극물 포함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박씨와 김씨는 27일 오전 7시20분께 강원도 원주의 골프장에서 운동하기 위해 오전 5시15분께 서울에서 출발했으며 오전 7시38분께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제2중부고속도로 하행선 광주IC(옛 경안IC)에서 이천방향 4㎞지점 갓길에 세워진 박씨 소유의 뉴그랜저승용차 안에서 특별한 외상이 없는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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