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시민들이 28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 평양 시내 거리에서 꽃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평양/AP 교도 연합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28일 평양에서 국외 봉송 여정 가운데 가장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지난 1일 베이징을 출발한 성화는 그동안 프랑스와 미국, 한국을 거치면서 티베트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이에 맞서는 친중국 시위대의 충돌로 숱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이날만은 1만여명의 환영 인파에 묻혀 달콤한 하루를 보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북한에서 열린 이날 성화 봉송 행사는 오전 10시15분 주체사상탑 앞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의 주역 박두익에게 성화봉을 넘겨주면서 시작됐다. 첫 주자가 달려나가자, 광장에 운집한 평양 시민들은 인공기와 오성홍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광장 곳곳에선 ‘조-중친선 만세’ ‘베이징 힘내라’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성화가 김일성경기장까지 20㎞ 구간을 달리는 동안 이어지던 평양 시민들의 환호는 성화가 조-중우의탑을 지나는 순간 절정에 이르렀다.
북한은 성화 봉송을 위해 별도의 준비위원회를 꾸려, 새로 아스팔트를 깔고 주변 건물에도 새로 페인트를 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성화가 ‘꽃의 도시’ 평양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매체들은 27일 서울에서 열린 성화 봉송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 사태에 대해선 침묵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오성홍기를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재한 중국인들이 애국심을 보여줬다는 점만 강조했다. 〈경화시보〉는 서울에서 중국인들이 “중국 파이팅”을 외치며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대를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기자moon@hani.co.kr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18번째 기착지인 평양에 도착한 28일,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주역 박두익이 첫 주자로 성화를 들고 달리자 평양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평양/AP 연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