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고속도로 의문사 두남자 행적
봉투 들고 휴게소 화장실 들어간 모습 CCTV찍혀
화장실서 발견된 주사기선 숨진 김씨 유전자 검출
화장실서 발견된 주사기선 숨진 김씨 유전자 검출
고교 선후배 사이인 중년 남명 두 명이 골프를 치러 가다 고속도로 갓길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한겨레> 4월28일치 8면])이 숱한 의문을 낳고 있다. 차량을 타고 골프장으로 가던 이들의 몸에서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성분이 발견된데다, 이들이 자살하거나 살해당할 만한 특별한 이유도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골프 앞두고 수면제는 왜? =경찰은 박아무개(48·골프의류 수입 판매업)씨와 김아무개(50·의사)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1시간26분 전인 지난 27일 오전 6시12분께 경기 하남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들른 것을 휴게소 폐쇄회로 텔레비전에서 확인했다. 당시 조수석에 탔던 의사 김씨가 비닐 봉투를 들고 차량에서 내려 휴게소 안 주유소의 화장실로 급히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 주유소 쓰레기통에서 주사기 1개와 홍삼드링크병 2개를 담은 봉투를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주사기에서 숨진 김씨의 유전자가 검출됐고 드링크병과 숨진 두 사람의 체액에서는 같은 성분의 수면제와 신경안정제가 나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검출된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는 모두 의학용 향정신성 의약품이지만, 의사 처방만 있으면 쉽게 구입할 수 있고 불면증과 우울증에 흔하게 사용되는 약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5시간 가량 걸으면서 골프를 쳐야 하는 이들이 왜 이런 약품을 복용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사망 원인도, 자살·타살 여부도 안갯속 =이들이 마지막 목격된 것은 이날 오전 6시12분 하남시 만남의 광장 휴게소였고, 박씨는 오전 6시30분께 119구급대로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구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1차 부검 결과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성분 이외에 독극물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검출된 약물을 과다 복용했더라도 불과 18분 만에 급격히 사망에 이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따라서 다른 약물에 의한 중독사 가능성도 있다.
또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하던 이 두 사람이 자살할 만한 생활상의 어려움이나 고민거리도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원한관계에 의한 타살 가능성도 파악되지 않아 이들의 사망을 둘러싼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약물 오용 가능성이나 다른 독극물에 의한 타살 가능성 등을 열어 놓고 조사 중이며,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교 선후배인 이들은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지난 27일 오전 5시20분께 서울에서 만났으며, 오전 7시38분께 제2중부고속도로 하행선 광주나들목 부근 갓길의 박씨의 뉴그랜저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박씨는 숨지기 직전 119구조대로 전화를 걸어 “약물중독”이라며 구조를 요청했다.
광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광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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