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로다 가쓰히로(64)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겸 논설위원.
[점검] 구로다 기자에게 상준 일본기자클럽의 ‘황당사유’
<산케이신문> 구로다 기자 ‘일본기자클럽상’ 수상
“이웃나라 한국의 모습 제대로 보여줬다” “유수의 한반도 전문가이며 항상 정면에서 한·일 두 나라의 상호이해를 위해 비난을 무서워하지 않고 쌍방에 고언을 하는….” 일본 <산케이신문>은 21일치에서 자사 서울지국장 겸 논설위원인 구로다 가쓰히로(64) 기자가 2005년도 ‘일본기자클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일본기자클럽상은 우리나라의 ‘한국기자상’에 해당되는 권위있는 상이다.
산케이가 전한 구로다 기자의 수상 이유는 이렇다. “산케이신문의 국제면 칼럼 ‘서울에서 여보세요’(매주 토요일 게재)를 통해 일본 독자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다. 한국의 정치·경제뿐 아니라 문화·취미·음식· 영화 등 폭넓은 화제를 다뤄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 한국의 전체상에 다가가고 있다.” 산케이는 구로다 기자의 소감도 함께 실었다. “한국은 반일로 흔들리고 있고, 북한은 일본인 납치문제와 핵문제 등에서 보듯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다. 분명 일본 기자에게 한반도는 끝없이 흥미롭고 자극적인 곳이다. 앞으로도 이땅 및 이땅과의 교류방향 등을 다양하게 전하고 싶다.” 구로다 기자는 지난달 4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데, 이것이 정상적 (국가의) 외교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최근엔 취업비자 없이 대학에서 강의를 한 사실이 드러나 법무부로부터 800만원의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 한 일본 신문기자, “구로다 기사 한·일 관계에 악영향”
일본에선 “구로다는 한국 전문가” 띄워주기 일본기자클럽도 나름대로 수상자를 정하는 원칙이 있을 것이다. 일본인들이 구로다 기자를 통해 한반도 소식을 많이 접하는 게 사실이니, 일본기자클럽은 그 공로를 인정해주고 싶었을 터다. 하지만 한 일본 유력신문 한국지국의 한 기자는 씁쓸해하며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일본과 이라크가 아시아 예선경기를 치를 때 구로다 기자는 한국상황을 스케치해서 기사를 썼는데, ‘한국인들은 일본이 지기를 바랐다’는 내용이었어요. 일본에선 구로다 기자가 쓴 기사 때문에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갖게 됐죠.” 그는 “구로다 기자의 기사는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때가 많았다”며 “일본기자클럽이 (객관적으로 구로다의 공로를 따졌다기보다는) 자기네들의 구미에 맞는 인물에게 상을 준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또다른 일본언론의 한 기자는 일본 현지 분위기를 들려줬다. “구로다 기자가 상을 탄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그가 한국에 대한 책도 많이 쓰고 텔레비전에도 많이 나왔기 때문이죠. 일본인들은 구로다가 한국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잘 모르거든요.” 구로다 기사, “한국사회 진보세력은 ‘좌파’나 ‘친북’” 극우 색채 그러나 구로다 기자는 한국 보수언론에 기대어 극우논리를 퍼트렸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전문가’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일본 독자들에겐 한국을 왜곡해 보도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그가 언론인으로서 한·일 상호이해를 증진시킨 공로로 상을 받는 모습이 생뚱맞아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겨레>는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이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구로다 기자의 기명기사 78건을 분석해봤다. 그는 한국사회의 진보세력을 ‘좌파’ 나 ‘친북’으로 규정했다. 최근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의 ‘친일은 축복’ 기고 파문과 관련해서도 “친일파를 단죄하는 배경에는 친북파나 좌파의 정치적 속셈이 숨어 있다”고 왜곡했다. 구로다 “일본의 지배는 한국 근대화를 앞당겼다” 구로다는 지난해 일제강점기에 대한 평가,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문제 등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일본 극우집단의 논리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지난해 1월21일치 기사에서 “일본의 지배는 한국에 근대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미국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식민지 근대화론’을 뒷받침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같은달 3일치 ‘바람직한 역사문제’라는 기사에서는 “선입관없이 학술적인 차원에서 일본의 교과서를 꼼꼼히 읽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독도와 관련해 5월8일치 ‘대마도도 한국 땅?’이란 기사에선 독도박물관이 독도 비석을 세운 것을 두고 “일본인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실로 대담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썼다. 그는 또 ‘한국 매스컴 반일감정 부추겨’(3월1일치) ‘3·1절 기념식, 한국 대통령 대일 비판’(3월2일치) ‘친일작가 몰래-한국에서 연이어 기소돼’(8월5일치) 등의 기사에서 ‘반일감정’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구로다 “한국에서 반전·평화는 좌익·친북세력의 위장수단이다” 구로다 기자는 친일진상규명법을 주도하는 집단을 ‘좌파’로 매도하는가 하면, 한국이 좌경화됐다는 등의 왜곡보도를 일삼았다. 그는 지난해 ‘북한을 안이하게 하는 한국 민주화’(1월11일치) ‘우리당-좌파, 급진적 동향을 주시’(4월20일치) ‘노 대통령의 탄핵기각-친북·좌경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5월15일치) ‘한국 청소년, 반미·친북 경향 확산’(6월9일치) ‘북한보다 한국이 반미’(7월12일치) ‘한국, 심각해지는 좌경화’(8월27일치) ‘노대통령 김정일 체제 교체 바라지 않아’(12월11일치) 등 20여건에 달하는 기사를 통해 한국사회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또 지난해 2월 <월간조선>에 쓴 ‘국가의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한국의 좌파정권’이란 글에서는 “반전·평화가 좌익세력의 ‘트로이 목마’라는 것은 이미 오늘날 세계가 경험해 온 바인데도, 한국의 경우는 (반전·평화가) 좌익·친북세력의 위장수단이 돼 있다”며 “김정일이 남한의 지지세력에게 ‘당면과제는 반전·평화다’라는 지령을 내렸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에 20여년간 장기거주하면서 일본 언론의 대표적인 서울특파원이자 한국전문가로 알려진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일본기자클럽이 ‘상’을 주는 것은 일본기자클럽의 자유다. 그러나 일본기자클럽이 ‘상’의 명분으로 내건 “한국과 일본의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이웃나라 한국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는 그릇되었다. 일본기자클럽은 기자들의 단체로, 기자들은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영인 이승경 기자 sophia@hani.co.kr
“이웃나라 한국의 모습 제대로 보여줬다” “유수의 한반도 전문가이며 항상 정면에서 한·일 두 나라의 상호이해를 위해 비난을 무서워하지 않고 쌍방에 고언을 하는….” 일본 <산케이신문>은 21일치에서 자사 서울지국장 겸 논설위원인 구로다 가쓰히로(64) 기자가 2005년도 ‘일본기자클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일본기자클럽상은 우리나라의 ‘한국기자상’에 해당되는 권위있는 상이다.
산케이가 전한 구로다 기자의 수상 이유는 이렇다. “산케이신문의 국제면 칼럼 ‘서울에서 여보세요’(매주 토요일 게재)를 통해 일본 독자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다. 한국의 정치·경제뿐 아니라 문화·취미·음식· 영화 등 폭넓은 화제를 다뤄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 한국의 전체상에 다가가고 있다.” 산케이는 구로다 기자의 소감도 함께 실었다. “한국은 반일로 흔들리고 있고, 북한은 일본인 납치문제와 핵문제 등에서 보듯이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다. 분명 일본 기자에게 한반도는 끝없이 흥미롭고 자극적인 곳이다. 앞으로도 이땅 및 이땅과의 교류방향 등을 다양하게 전하고 싶다.” 구로다 기자는 지난달 4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데, 이것이 정상적 (국가의) 외교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최근엔 취업비자 없이 대학에서 강의를 한 사실이 드러나 법무부로부터 800만원의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 한 일본 신문기자, “구로다 기사 한·일 관계에 악영향”
일본에선 “구로다는 한국 전문가” 띄워주기 일본기자클럽도 나름대로 수상자를 정하는 원칙이 있을 것이다. 일본인들이 구로다 기자를 통해 한반도 소식을 많이 접하는 게 사실이니, 일본기자클럽은 그 공로를 인정해주고 싶었을 터다. 하지만 한 일본 유력신문 한국지국의 한 기자는 씁쓸해하며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일본과 이라크가 아시아 예선경기를 치를 때 구로다 기자는 한국상황을 스케치해서 기사를 썼는데, ‘한국인들은 일본이 지기를 바랐다’는 내용이었어요. 일본에선 구로다 기자가 쓴 기사 때문에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갖게 됐죠.” 그는 “구로다 기자의 기사는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때가 많았다”며 “일본기자클럽이 (객관적으로 구로다의 공로를 따졌다기보다는) 자기네들의 구미에 맞는 인물에게 상을 준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또다른 일본언론의 한 기자는 일본 현지 분위기를 들려줬다. “구로다 기자가 상을 탄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그가 한국에 대한 책도 많이 쓰고 텔레비전에도 많이 나왔기 때문이죠. 일본인들은 구로다가 한국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잘 모르거든요.” 구로다 기사, “한국사회 진보세력은 ‘좌파’나 ‘친북’” 극우 색채 그러나 구로다 기자는 한국 보수언론에 기대어 극우논리를 퍼트렸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전문가’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일본 독자들에겐 한국을 왜곡해 보도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그가 언론인으로서 한·일 상호이해를 증진시킨 공로로 상을 받는 모습이 생뚱맞아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겨레>는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이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구로다 기자의 기명기사 78건을 분석해봤다. 그는 한국사회의 진보세력을 ‘좌파’ 나 ‘친북’으로 규정했다. 최근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의 ‘친일은 축복’ 기고 파문과 관련해서도 “친일파를 단죄하는 배경에는 친북파나 좌파의 정치적 속셈이 숨어 있다”고 왜곡했다. 구로다 “일본의 지배는 한국 근대화를 앞당겼다” 구로다는 지난해 일제강점기에 대한 평가,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문제 등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일본 극우집단의 논리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지난해 1월21일치 기사에서 “일본의 지배는 한국에 근대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미국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식민지 근대화론’을 뒷받침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같은달 3일치 ‘바람직한 역사문제’라는 기사에서는 “선입관없이 학술적인 차원에서 일본의 교과서를 꼼꼼히 읽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독도와 관련해 5월8일치 ‘대마도도 한국 땅?’이란 기사에선 독도박물관이 독도 비석을 세운 것을 두고 “일본인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실로 대담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썼다. 그는 또 ‘한국 매스컴 반일감정 부추겨’(3월1일치) ‘3·1절 기념식, 한국 대통령 대일 비판’(3월2일치) ‘친일작가 몰래-한국에서 연이어 기소돼’(8월5일치) 등의 기사에서 ‘반일감정’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구로다 “한국에서 반전·평화는 좌익·친북세력의 위장수단이다” 구로다 기자는 친일진상규명법을 주도하는 집단을 ‘좌파’로 매도하는가 하면, 한국이 좌경화됐다는 등의 왜곡보도를 일삼았다. 그는 지난해 ‘북한을 안이하게 하는 한국 민주화’(1월11일치) ‘우리당-좌파, 급진적 동향을 주시’(4월20일치) ‘노 대통령의 탄핵기각-친북·좌경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5월15일치) ‘한국 청소년, 반미·친북 경향 확산’(6월9일치) ‘북한보다 한국이 반미’(7월12일치) ‘한국, 심각해지는 좌경화’(8월27일치) ‘노대통령 김정일 체제 교체 바라지 않아’(12월11일치) 등 20여건에 달하는 기사를 통해 한국사회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또 지난해 2월 <월간조선>에 쓴 ‘국가의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한국의 좌파정권’이란 글에서는 “반전·평화가 좌익세력의 ‘트로이 목마’라는 것은 이미 오늘날 세계가 경험해 온 바인데도, 한국의 경우는 (반전·평화가) 좌익·친북세력의 위장수단이 돼 있다”며 “김정일이 남한의 지지세력에게 ‘당면과제는 반전·평화다’라는 지령을 내렸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에 20여년간 장기거주하면서 일본 언론의 대표적인 서울특파원이자 한국전문가로 알려진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일본기자클럽이 ‘상’을 주는 것은 일본기자클럽의 자유다. 그러나 일본기자클럽이 ‘상’의 명분으로 내건 “한국과 일본의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이웃나라 한국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는 그릇되었다. 일본기자클럽은 기자들의 단체로, 기자들은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영인 이승경 기자 soph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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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구로다 기자의 <월간조선> 기고글 주요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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