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명의 대포통장 판 뒤 돈 들어오면 먼저 빼내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사기 친 20대가 구속됐다.
안아무개(26ㆍ광주시 서구)씨는 지난해 시중은행 20여곳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29개 통장을 만들면서 현금카드와 직불카드 등 현금인출카드 2~3개씩을 발급받았다. 또 은행창구에서 입출금때 자신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를 자동으로 알리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어 그는 같은해 12월20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대포통장을 사려는 사기범을 찾아낸 뒤 통장 1개에 3만원씩 87만원을 받고 자신의 계좌 29개를 팔았다. 안씨는 휴대전화엔 안씨의 계좌로 돈이 입금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뜨면 곧바로 은행에서 돈을 빼냈다. 이런 방식으로 안씨는 20~30여명의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입금한 1억여원 가운데 4천여만원을 가로챘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금융사기범들이 은행수수료 등 1만2천원을 입금한 뒤 정상적으로 입출금이 되는지를 확인해 이상이 없으면 현금인출카드와 비밀번호 등을 넘겨받고 대포통장을 사들인다는 사실을 알고 통장 1개당 미리 발급받은 현금인출카드 2~3개 가운데 1개만 사기범들한테 주고 나머지 현금인출카드는 따로 보관했다가 금융사기범들보다 먼저 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이밖에도 게임 운영자를 사칭해 상대방의 개인 정보를 빼내 2천여만원의 대출금을 가로채다 경찰에 붙잡혔다. 안씨는 경찰이 뭉칫돈의 출처를 묻자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을 상대로 한 범행을 자백했다.
울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은 안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29일 구속하고 안씨로부터 대포통장을 사들인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을 뒤쫓고 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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