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임의단체 만들어 학생들에 배지 팔아
자신이 낸 책 학교발전기금으로 대량 구매도
자신이 낸 책 학교발전기금으로 대량 구매도
참교육학부모회 “감사 요구할 것”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선생님 섬기기 운동’을 한다며 학생들에게 배지를 파는가 하면 교장이 펴낸 책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대량 사들이는 등 규정에 어긋나는 운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ㄱ초등학교 학부모와 교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생님 섬기기 운동본부’라는 학교 밖 임의단체가 만든 배지를 한 개당 1천원에 팔았다. 이 학교는 지난 19일 학부모들에게 학교장 명의로 통신문을 보내 “5월 한달 동안 배지 달고 다니기 교육활동을 하니 구입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면 대부분 구입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강매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는 지난해에 모두 7522개의 배지를 팔아 500여만원을 모았으며, 이 돈을 운동본부 쪽 계좌에 입금시켰다. 운동본부 쪽 관계자는 “우리는 교장 선생님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단체”라며 “배지 대금은 대부분 제작비용으로 충당했고 남은 돈은 ‘섬기기 운동’ 확산을 위해 쓸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안에서 물품을 팔고 그 돈을 외부에 제공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는 또 올해까지 3년 동안 교장이 집필한 책을 학교발전기금으로 한꺼번에 사 재량수업용 교재로 사용했다. 이 학교의 지난해 발전기금 결산보고서를 보면, 교장이 쓴 <어린이 리더십>과 다른 학교 전·현직 교감·교장이 쓴 <독서와 논술>을 구입하는 데 1300여만원을 쓴 것으로 돼 있다.
한 학교운영위원은 “부교재를 결정할 때는 세 가지 책을 복수로 추천해 학운위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런 과정도 없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 학교는 지난해에는 학운위에 구체적으로 보고도 하지 않고, 그동안 모인 발전기금 4천여만원을 들여 시중보다 비싼 값으로 프로젝션 텔레비전을 교체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신형 모델도 대당 153만원이면 살 수 있는데 구형 모델을 197만원씩 주고 20대나 구입했다”며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을 때는 텔레비전이 모두 교체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는 또 올해 초 이월된 학교예산 2천만원으로 교사들의 의자를 바꾸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선생님들이 아이들 책걸상을 바꿔 달라고 했지만 교장이 굳이 의자 교체를 고집해 유착 의혹이 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아무개 교장은 “배지는 선생님을 섬기자는 좋은 뜻을 홍보하려고 기획한 것이고, 도서는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학운위와 일괄 논의했다”며 “의자를 바꿀 때 거래한 업체 관계자를 알고는 있지만 유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박범이 서울지부장은 “학교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교장의 ‘재량권 남용’ 사례를 총집합해 놓은 것 같다”며 “교육청에 이 학교에 대한 감사와 운동본부의 해체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이 학교 관계자는 “신형 모델도 대당 153만원이면 살 수 있는데 구형 모델을 197만원씩 주고 20대나 구입했다”며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을 때는 텔레비전이 모두 교체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는 또 올해 초 이월된 학교예산 2천만원으로 교사들의 의자를 바꾸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선생님들이 아이들 책걸상을 바꿔 달라고 했지만 교장이 굳이 의자 교체를 고집해 유착 의혹이 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아무개 교장은 “배지는 선생님을 섬기자는 좋은 뜻을 홍보하려고 기획한 것이고, 도서는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학운위와 일괄 논의했다”며 “의자를 바꿀 때 거래한 업체 관계자를 알고는 있지만 유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박범이 서울지부장은 “학교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교장의 ‘재량권 남용’ 사례를 총집합해 놓은 것 같다”며 “교육청에 이 학교에 대한 감사와 운동본부의 해체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