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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고직전 유언장 상속인 바뀌어 조카-삼촌 미심쩍은 유산다툼

등록 2008-05-01 22:29수정 2008-05-01 22:30

200억대 재력가 필리핀서 의문의 피살
“조카 필리핀 행적 의문”
“재산관리 삼촌 돈 횡령”

200억원대 재력가 박아무개(66)씨가 필리핀에서 총격 피살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일 필리핀과 한국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3월30일 딸 서아무개(40)씨와 필리핀으로 떠난 박씨는 4월3일 저녁 8시30분께 숙소인 마닐라에서 110여㎞ 떨어진 바탄가스에서 머리에 두 발의 총격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바탄가스는 관광지가 아닌 농장지역이다. 필리핀 현지 경찰은 “‘흰색 승합차가 길에 서더니 한 남자가 내렸고 곧바로 총소리가 들렸다’는 현장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박씨의 주검에 저항의 흔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서씨는 사고 발생 사흘 뒤인 6일 박씨의 주검을 필리핀에서 화장한 뒤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숨진 박씨는 서울 남대문상가 주변에서 상점을 하며 번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200억원대 재산을 일군 재력가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인 지난달 10일 박씨의 남동생(57)은 “피살 당시 조카 서씨의 행적이 석연치 않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동생 박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필리핀에 다녀왔는데, 조카가 사고 직전 필리핀 현지 운전사한테 바탄가스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본 사실이 있고, 누님의 사망 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한 시점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필리핀 경찰의 수사 자료를 보면 ‘서씨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사실을 말해야 하지만 사건을 덮으려는 인상이 있다’는 언급이 있다”며 “누님이 내게 재산을 상속하기로 유언을 해 두었는데, 갑자기 조카한테 상속하겠다고 유언장을 바꾸고 나서 곧바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딸 서씨는 “삼촌이 평소 어머니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돈을 횡령해 얼마 전 고소를 한 상황”이라며 “삼촌이 평소 친분이 있는 정치인까지 필리핀으로 보내 수사자료를 받아와 나를 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 경찰은, 박씨의 가방에 현금(100만원)이 남아 있고 주검에 확인 사살한 총상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전문가를 동원한 청부살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필리핀 경찰 수사결과를 보면 피살된 박씨와 동행한 딸의 행적에 의문점이 많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물증이 나온 것은 없다”며 “서씨와 박씨 둘 다 참고인으로 소환해 진술을 들었으며, 현재 통신·계좌 추적 등을 통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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