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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이명박, 국민의 '역린'을 건들다

등록 2008-05-02 18:14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규탄하는 누리꾼들의 항의가 잇다르자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가 잠정적으로 폐쇄되었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는 물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나경원 전 대변인, 홍준표 의원 등의 미니홈피에도 성토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명박 시대의 개막부터 시작된 연이은 실정과 말 바꾸기로 국정 난맥을 초래한데 대한 국민의 불만과 피로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미일 방문시 지나친 저자세 외교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등이 기폭제가 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더 폭발적인 것은 '민란'에 버금가는 사건이 인터넷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개설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 수가 5. 2일 05시를 기해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게시물은 지난 4월 6일 올려 졌으나 본격적으로 누리꾼들이 서명하기 시작한 시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다룬 MBC의 PD 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이 방영된 이후다. 이틀 사이에 무려 30만명 이상이 서명한 셈이다.

50만명이면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이라 일컫는 포항시의 인구와 같다. 이대로 가면 5. 2일 대한민국 국군 병력 수를 넘어서게 된다. 단순한 숫자로 보면 지방의 큰 도시 하나가 대통령 탄핵 청원이라는 이유있는 '민란'을 일으킨 셈이요, 대한민국 국군이 이유있는 '쿠데타'를 일으킨 셈이다. 이 사실을 뉴스나 신문이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온라인상의 태풍으로 볼 것인가.

'역린(逆鱗)'이라는 게 있다. 용(龍)이라는 짐승은 잘 길들이면 올라탈 수도 있지만 그의 목 아래에 있는 직경 한 자쯤 되는 역린, 즉 다른 비늘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임금을 용에 비유해, 임금도 역린이 있어 말하는 사람이 이 역린만 건드리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역린은 뭘까 ?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생존에 관한 것들을 역린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고 국민들, 특히 가지지 못한 서민들의 목에 들이대는 칼은 위협적이다. 여기에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 방어막도 없이 열어놓고 '질좋은 고기'니 '소비자 몫'이니 하는 실언에 가까운 말로 책임을 피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생존을 위한 방어본능을 작동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바꾸어 말해보자. 역린은 단점이자, 건들면 치명적인 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때 자신의 역린, 즉 과거의 부도덕한 행적에 엄청난 비판에 시달리며 당선되었다. 국민들이 그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기대하고 당선시켜 준 것이다. 대통령으로서의 치명적인 단점을 경제 하나때문에 용서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보답하고 있는가 ?

보답은 커녕, 부도덕한 부자 비서진, 부도덕한 부자 내각을 구성하고, 가지지 못한 서민들의 존엄과 생존을 위협하는 행태만 남발하며, 생각이 없는 정책을 내어놓고 오락가락하며 국민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으니, 어찌 민초인들 꿈틀거리고 분노하지 않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히 국민들의 역린을 건들었다. 그 반향이 '인터넷민란'이요, '탄핵 청원 운동'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과 다른 '아래로부터의 운동'이다. 어디에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이 움직임은 탄핵 발의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의미한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이 경고를 가소롭게 보거나 억지 주장으로 여기고 지금까지의 행태를 반복한다면 '탄핵'이 현실화될지 모른다.

서로의 역린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죽고 사는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신에 상생이 좌우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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