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A초교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력 사태'를 수사중인 대구 성서경찰서는 3일 '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5명이 "피해 사실이 없다"면서 진술을 번복함에 따라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서경찰서는 학교 상담에서 강제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말한 학생 5명을 최근 아동 성폭력 상담전문센터에서 부모와 함께 조사했으나 이들이 모두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피해 사실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아이들이 교사가 계속 (성폭력 피해 여부를) 캐묻자 귀찮아서 그렇게 답했다고 했다"며 "학교 측의 상담 조사에 따라 새로운 피해자가 나타나면 다시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초교에서는 3∼4년 동안 남자 상급생들이 남녀 후배들에게 성폭력을 휘둘러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경찰과 학교 당국은 아직 이 사태에 연루된 가해 및 피해 학생 수가 몇 명인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또 가해 또는 피해 학생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A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던 설문조사도 질문 항목이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자칫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데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조차 설문조사 자체에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어 당분간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역 아동 성폭력 상담전문센터의 상담 일지를 면밀히 분석해 추가 피해자를 일차로 걸러낸 뒤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교장과 담임들도 사태에 관련된 학생 수를 잘 몰라 조사에 어려움이 많다"며 "수사의 목적이 처벌이 아니라 진상 확인인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달 21일 대구 모 중학교에서 일어난 '여자 초교생 성폭력 사건'을 맡고 있는 서부경찰서는 2일 가해 학생 11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관련 중학생 3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이덕기 김태균 기자 duck@yna.co.kr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김태균 기자 duck@yna.co.kr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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