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죽도방파제에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파도가 들이닥쳐 9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충남 태안 해양경찰과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4일 낮 12시40분께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사이 죽도방파제에 주변 4곳에 잇따라 2m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들이닥쳐 선착장 등에 있던 관광객과 낚시꾼 등 49명이 물에 휩쓸렸다. 해경과 주민들이 긴급 구조에 나섰으나, 이 가운데 22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부상자 27명은 근처 보령아산병원과 보령연세병원, 신제일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현장에 있다가 아들과 매제가 파도에 휩쓸린 박용환씨는 “바람도 없고 파도도 잔잔했는데, 갑자기 바닷물이 선착장 위 2m 높이로 덮쳐 사람들이 바다로 쓸려 내려갔다”고 말했다. 목격자인 주민 유종옥(45)씨는 “해일처럼 갑자기 큰 바닷물이 밀려오자, 먼저 해수욕장 쪽 갓바위에 있던 낚시꾼 2명이 휩쓸렸으며, 뒤이어 방파제 쪽에 있던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바다로 빠졌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날 해일이 일어날 아무런 조짐도 없었고, 만조시간도 오후 1시였는데 갑자기 바닷물이 높아졌다”며 “바닷물 속으로 강한 조류가 밀려와 방파제에 부딪치면서 솟아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기상청은 “보령 앞바다의 파고는 0.2m∼최대 1.0m였으며, 바람도 초당 1.7m의 남동풍이 불어 아주 평안한 기상 상태였다”며 “사고 해역에서는 지진이나 해저 폭발 등이 보고되지 않아 해수 범람의 원인을 기상학적으로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태안 해경은 사고 직후 헬기 1대, 경비정 16척, 자율구조선 5척 등 모두 21척의 구조선과 특수구조대를 현장에 보내 실종자를 찾고 있다.
보령/송인걸, 손규성 기자 sks219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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