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처음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광진구청 자연학습장에서 6일 오후 구청 관계자들이 학습장 폐쇄 작업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복판까지 뚫린 방역망
어린이날 50만명 다녀간 어린이대공원 인근
주변에 위험경고 않고 발병현장 통제도 늦어
서울 도심에서 사람한테도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광진구는 징후 발생 5일이 지나서야 감염 여부 감정을 의뢰했고, 주변 지역에 대한 방역·관리 역시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처음으로 도심에서 발생한데다 방역 조처가 늦어지는 바람에 추가 확산 및 감염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 뒤늦은 신고 서울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4월28일부터 5월3일 사이로 추정된다. 지난 4월28일 서울 광진구 광진구청 청사 안 자연학습장의 사육장에서 기르던 58마리 조류 가운데, 4월24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들여온 꿩 두 마리가 갑자기 폐사했다. 광진구청은 애초 꿩의 습성상 사육장이 협소해 어딘가에 부딪혀 죽은 것이라고 판단해 아무런 조처 없이 매장했다. 그 뒤 5월1일 칠면조, 2일 금계, 3일 닭 등이 잇따라 폐사하고 나서야 죽은 닭 한 마리와 살아 있는 닭 한 마리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결국 의심사례가 발견된 지 일주일이 지난 5일 밤에야 사육 중인 닭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시는 ‘늑장 대응’에 대해 “광진구청이 꿩에 이어 칠면조가 폐사하자 지역 동물병원에 검사를 의뢰했고, 병원에서 조류 인플루엔자와는 무관하고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그 뒤 이틀 동안 금계, 닭 등이 폐사하자 곧바로 검역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동물병원은 조류 인플루엔자를 검진할 설비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 관계자는 “(칠면조의) 간 수치가 높아 독극물 등에 의한 다른 질병이 의심된다고 진단했을 뿐”이라며 “조류 인플루엔자에 관해 구청 쪽에서 먼저 문의해 온 사실은 없고, 잇따라 가금류가 폐사했다고 전해 와 검역원에 가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 주변 방역·관리 허술 구청은 지난 3일 검역원에 감정을 의뢰하면서 서울 어린이대공원 등에 전혀 위험사실을 알리지 않아, 이틀 뒤인 어린이날(5일) 공원을 찾은 50만여명이 조류 인플루엔자 위험에 노출되도록 방치했다. 대공원 쪽은 5일 오후 4시반께 서울시로부터 광진구청 가금류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가능성을 통보받고, 이날 밤 8~9시께 거위, 청둥오리 등 조류 63마리를 살처분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지점으로부터 500m 가량 떨어진 건국대 호수에 살고 있는 청둥오리와 거위 등 10여 마리는 6일 오후까지 그대로 방치됐다. 건국대 관계자는 “6일 오전에야 살처분 통보를 받았다”며 “호수에서 야생하는 상황이어서 포획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합동대책반은 지난달 24일 모란시장에서 들여온 꿩 두 마리가 28일 먼저 폐사한 정황을 들어 모란시장을 유력한 오염경로로 보고 있다. 하지만 6일 오후 모란시장에서 꿩 판매농가를 추적검사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와, 광진구청 인근 건국대 호수에서 야생하는 오리의 배설물을 통한 전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현장의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인된 지난 5일 밤 9시 이후에도 공무원을 포함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지 않았으며, 구청 쪽은 6일 오후 오후 1시께야 사육장을 비닐로 완전히 봉쇄했다. 그러나 사육장은 인도와 3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등 일반인들의 접근 통제는 매우 허술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주변에 위험경고 않고 발병현장 통제도 늦어
서울 광진구 자연학습장 AI 발생 / 조류 인플루엔자 (AI) 서울 발생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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