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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남편 쇠파이프 폭력에도 ‘추방 당할라’ 신고 못해

등록 2008-05-06 21:53수정 2008-05-07 10:22

국제결혼 이주여성 ‘짜오’의 비극
국제결혼 이주여성 ‘짜오’의 비극
국제결혼 이주여성 ‘짜오’의 비극
결혼 2년 돼야 한국국적 가능
구타로 전치8주 중상 입고도
피해조사 거부 “참고 살래요’’

중국 한족 출신인 짜오(39·가명)는 지난달 5일 한국인 남편 ㅈ(59)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남편은 ‘돈을 벌러 나가 바람을 핀다’며 그를 의심했다.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남편은 다짜고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두 팔이 짓이겨지고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짜오는 “소개비도 갚아야 하고 중국에 두고 온 아들한테 양육비도 보내야 하는데, 남편한테 밉보여 지금 이혼하게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하고 돈도 벌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이주여성은 만 2년이 지나야 우리 국적을 받을 수 있다. 짜오는 지난해 1월 브로커한테 3만위안, 우리 돈으로 500만원 가량의 소개비를 주고 지금의 남편과 재혼했다.

남편은 중상을 입은 아내를 집에 방치했다. “남편이 ‘시간이 지나면 나을 테니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했어요. 진통제와 파스를 사다주며 ‘참으라’고 했어요.” 죽음의 위협을 느낀 짜오는 닷새 뒤인 지난달 10일 한국에 사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친구는 곧바로 이주여성긴급전화(1577-1366)에 이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짜오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전치 8주의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분류하고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서울 서부경찰서 녹번지구대는 “현행범이 아니기 때문에 고소·고발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다”고 강변했다. 경찰은 여성단체들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자, 사건 발생 한달 만인 지난 1일에야 수사에 나섰다.

막상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짜오는 피해자 조사를 거부했다. 그가 머물고 있는 쉼터 관계자는 “짜오가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남편은 “앞으론 때리지 않겠다”며 짜오한테 ‘합의’를 요구했다. 권미주 이주여성인권센터 팀장은 “가정폭력이 명확하면 이혼소송에서 이길 수 있고 그럴 경우 합법적인 체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주여성이 소송으로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남편의 폭력을 참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5일 폭력 혐의로 남편 ㅈ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뒤늦은 형사처벌에 대해 “지난 1일 지구대에서 넘어온 서류를 검토해 보니 단순 가정폭력으로 볼 사안이 아니었다”며 “피의자가 흉기를 사용해 중대 상해를 입혔기 때문에 피해자의 처벌 의사나 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형사처벌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황춘화 하어영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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