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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 ‘뒷북’…19명 고열 호소
광진구 9명 검진받아…“불안해서 못나가”
소독·살처분 지침무시…방심 수백억 피해
광진구 9명 검진받아…“불안해서 못나가”
소독·살처분 지침무시…방심 수백억 피해
서울 광진구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으로 확인된 지 하루 만에 서울에서 감기와 고열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생기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뒤 한 달 이상 뒷북만 친 정부의 ‘거북이’ 대응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 확산되는 불안감=질병관리본부는 7일 지난 4월 전북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로 분류된 조아무개 상병의 병명은 세균성 폐렴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 같다고 서울 광진구 보건소에 신고한 5명의 환자에 대해 역학조사한 결과, 모두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데다 100만명 이상이 근처 어린이대공원을 다녀갔는데도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람에 대한 감염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날 광진구청에 마련된 ‘의심환자 상담창구’에는 7일 오후 3시 기준 19명이 전화로 증세를 호소했고, 9명은 직접 찾아와 검진을 받았다. 이아무개(50·여·광진구 광장동)씨는 “의심 사례가 수일 전에 발생했는데도 늑장대응한 구청에 대해 화가 난다”며 “이웃 사람들도 불안해서 밖에 나가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 효과 없는 매뉴얼=광진구청과 어린이대공원은 관련 지침을 어긴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이성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장은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광진구청은 지난 3일 폐사한 닭의 감염 여부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의뢰하면서 서울시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침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생지에서 1.2㎞ 떨어진 어린이대공원도 ‘3㎞ 이내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공원 전체를 봉쇄’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올해 들어 첫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전북도 역시 발생지점으로부터 반경 3㎞ 안을 살처분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500m의 오염지역으로 한정했다가 뒤늦게 반성했다.
또 매뉴얼에는 재래시장의 가금류에 대한 통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뒤늦게 지난 1일부터 재래시장에서 닭·오리 등의 판매를 금지했지만 이미 각 시·도로 팔려나간 뒤 나온 대책이었다. 중간 유통상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밝혀진 지 거의 20일 지나서다.
■ 구멍 뚫린 방역체계=지난 2월 말 전북도 방역당국은 조류 인플루엔자 비상근무 상황을 서둘러 끝냈다. 지난겨울 잠잠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4월3일 전북 김제시 용지면 유아무개씨 닭 사육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인됐다. 그 뒤 호남, 충청, 영남을 거쳐 서울 시내에까지 전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한 달이 넘도록 농수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지역을 쫓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농수산식품부는 광우병에 매달리느라 조류 인플루엔자는 검사 내역·추진계획 등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는 게 고작이다. 그러는 사이 농민들의 재산피해는 눈 굴러가듯 커지고 있다. 이정훈 노현웅, 전주/박임근 기자 ljh9242@hani.co.kr

서울 광진구청 공무원과 소방대원들이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일감호수에서 투망으로 오리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방역당국은 광진구청 사육장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가 고병원성으로 확인됨에 따라 인근 지역 조류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한 달이 넘도록 농수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지역을 쫓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농수산식품부는 광우병에 매달리느라 조류 인플루엔자는 검사 내역·추진계획 등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는 게 고작이다. 그러는 사이 농민들의 재산피해는 눈 굴러가듯 커지고 있다. 이정훈 노현웅, 전주/박임근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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