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행적 경찰조사와 딴판 ‘의문증폭’
200억원대 재산가인 박아무개(66)씨가 필리핀에서 지난달 3일 총격 살해된 사건(<한겨레> 5월2일치 10면)을 둘러싸고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7일 <한겨레>가 입수한 현지 교민과 한인회 관계자들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교민들은 박씨와 동행했던 딸 서아무개(40)씨 등 유족들의 행적에 의문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서씨는 사건 직후 현지 경찰에서 “(피살 당일) 오후 6시15분께 마닐라에 있는 샹그리라호텔에서 어머니와 헤어졌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교민들은 “필리핀의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을 고려하면, 마닐라에서 바탕가스까지 적어도 4시간 가량은 걸린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이날 저녁 8시30분께 바탕가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서씨는 이에 대해 한국 경찰 조사에서 “분명히 어머니와 마닐라 샹그리라호텔 앞까지 같이 갔고, 그 이후 어머니의 행적은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했다.
교민들은 또 “서씨의 행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지 운전사의 진술도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운전사는 현지 경찰에서 “오후 6시께 마닐라에 있는 파크스퀘어에 두 사람을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이 때까지 서씨가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는 진술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운전사는 교민들한테 “나는 딸만 차에 태웠고, 박씨의 행적은 잘 모른다”며 다른 진술을 했다. 딸 서씨가 박씨와 6시께까지 함께 있었다는 진술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서씨는 “사고를 수습하고 한국에 들어온 뒤에도 운전사가 돈을 요구한 바 있다”며 “운전사의 진술 자체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민들은 사고 다음날 갑자기 마닐라에 나타난 박씨의 전 남편 등 유족이 화장을 서두른 것을 두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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