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업안전협회장 선거 뒤 이례적 업무점검
노동부가 민간단체인 대한산업안전협회의 협회장 선거에서 특정인을 당선시키려고 개입하고, 지지한 후보가 낙선한 뒤 협회에 대해 이례적으로 업무실태점검을 벌여 보복행정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8일 치러진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본부 간부 및 일선 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들을 동원해, 선거권자인 협회 간부들과 일부 대의원들에게 ‘특정 인물을 지지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대한산업안전협회 관계자들이 22일 주장했다. 노동부는 선거 전에 “선거 관행과 제도가 현직 회장에게만 유리하다”며 “선거 절차와 규정을 새로 마련하거나 고칠 것”을 협회에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고 이들은 말했다. 선거 당일에도 선거인과 피선거인만 참석하는 총회장(한국산업인력공단 대회의실)에 노동부 직원들을 보내 참관하도록 하는 ‘위력시위’를 벌였다. 그럼에도 현직 협회장 이홍지씨가 전체 대의원 127명 가운데 82명의 지지를 받아, 노동부의 지원을 받은 전직 관료 출신 ㄱ씨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후 노동부 산업안전과는 3월 말부터 2주 동안 협회의 전국 지회 안전관리업무에 대한 점검을 벌였다. 앞서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공단은 협회에 위탁했던 ‘영세사업장 안전관리 사업’을 민간업체에 모두 넘겼다.
협회 관계자들은 “사정이 열악한 영세사업장만을 골라 점검을 벌여 문제 사항을 적발한 뒤 협회에 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려 한다”며 “선거에서 노동부의 심기를 거스른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한 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는 “지방노동사무소를 제쳐두고 본부에서 직접 나와 점검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산업안전과 관계자는 “선거에 출마한 ㄱ씨로부터 ‘산업안전협회의 선거 절차나 규정 등이 명문화 안돼 현직 회장에게만 유리하다’는 이의제기가 들어와 선거절차와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도록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ㄱ씨가 선거권자인 대의원 명단도 알 수 없는 처지라 협회에 대의원 명단을 ㄱ씨에게 알려주도록 했고, 선거절차 모니터링을 하려고 참관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산업안전과 쪽은 “이달 벌인 점검은 사업장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좀 더 엄격하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산업안전협회는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및 안전관계자 등 2천여명을 회원으로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전국 21개 지회 600여명의 직원들을 통해 △사업장 안전관리 대행 △안전 진단 등 연간 300억원 대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협회장은 관행적으로 노동부 쪽에서 비공식 추천해 단독 입후보한 인사를 대의원들이 추인하는 방식으로 뽑아왔다. 현 이 회장도 노동부 관료 출신이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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