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꽃게잡이 최대 어장인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북방한계선 북쪽 해역에 나타난 중국 어선들. 이들 어선은 남북 대치상황을 악용해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불법 조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일보> 제공
남쪽에선 빈 그물만…“차라리 월선하고 싶다”
야간엔 북방한계선 침범…군사충돌 가능성도 “같은 대한민국 땅인데 우리는 못 잡고 중국 어선만 떼지어 잡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겁니까?” 1일부터 국내 최대 꽃게잡이 어장으로 꼽히는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와 백령도 북방한계선 북쪽 해역에 꽃게잡이가 시작된 이후 연평도 어민들은 빈 그물만 올리고 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바다가 중국 어선들로 뒤덮인 것을 지켜보며 속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다. 꽃게잡이가 시작되자, 연평도에 160여척, 백령도에 140여척 등 300척이 넘는 중국 어선들이 선단을 이뤄 떼거리로 몰려들어, 꽃게가 오는 길목에서 싹쓸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21일까지 어민들이 잡은 꽃게 위탁판매량은 연평도 1077㎏, 대청도 411㎏ 등 모두 1488㎏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00㎏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물량 감소로 옹진수협의 꽃게 경매 낙찰가도 예년의 1.5배 수준으로 올라 암게가 1㎏당 4만원, 수게가 3만3천원에 거래돼 마리당 1만원이 넘는다. 매일 아침 꽃게 경매로 북적이던 인천 연안부두 옹진수협 공판장도 올 들어 4차례만 꽃게 경매가 이뤄졌을 뿐이라고 공판장 관계자는 전했다. 인천해경은 올해 들어 우리 해역에 들어와 조업을 하던 23척의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등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불법 조업 어선 수가 워낙 많은데다 북방한계선에 접근하면 북쪽을 자극할 수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낮에는 북방한계선 위쪽에서 조업을 벌이다 야간에는 우리 쪽 해경과 해군의 감시를 피해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조업하고 있다. 최열 연평도 어민회장은 “2003년 이후 꽃게잡이를 하면서 빈 그물을 건진 것은 어자원 고갈이 아니라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 때문”이라며 “올해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60여척은 100%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내내 꽃게가 안 잡혀 고사 직전에 있는데 올해도 중국 어선들에 꽃게를 내줄 수는 없다”며 “정부에서 막아주지 못하면 월선을 해서라도 중국 어선을 몰아내겠다는 것이 어민들의 각오”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어민들은 수시로 바닷가 주변 산에 올라가 북한 수역인 북방한계선상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중국 어선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지난달만 해도 서해 5도 북방 해역에서 조업을 벌이는 중국 어선이 150여척에 머물렀으나 이달 들어 수온이 오르며 조업에 적합한 환경이 형성되자 중국 어선 수가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와 인천시, 옹진군 등은 연평도와 대청도 해역에 8척의 어업지도선을 보내고, 해군과 해경이 특공대를 전진배치시키는 등 중국 어선들의 북방한계선 침범,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한 순찰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본격적인 꽃게 조업이 시작되면서 이곳의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 남북 양쪽을 오가며 싹쓸이 조업에 나서는 중국 어선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업 때문에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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