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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죽음보다 더 무서운 회비대납 고통

등록 2005-04-22 19:15수정 2005-04-22 19:15



학습지회사 부당영업 여전

김아영(27·가명) 씨는 2년 전 한 학습지 회사에 입사했다. 명문 대학 출신이 아닌 그로서는 다른 곳에 취직도 여의치 않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보람있을 것 같았다. ‘안정·전문직·평생직장’으로 소개되는 학습지 교사의 이미지도 나쁘지 않았다.

기대는 입사하자마자 무너졌다. 김씨는 하루 12시간 동안 많게는 20가구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 과목당 3만원인 회비 가운데 1만원 남짓이 김씨에게 돌아왔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이라 퇴직금도 없었다.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은 자신이 내야 했다.

회사의 부당영업 압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선생님들 대부분이 ‘유령회원’(그만둔 회원을 처리하지 못한 경우와 가짜로 만들어진 회원) 회비를 몇 십만원씩 내고 있었어요. 실적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분위기였고요.” “죽을 것 같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김씨는 지난해 말 사채를 포함한 빚 1400만원을 짊어진 채 회사를 그만뒀다.

교사들 “유령회원 관리 빚더미 앉기도”
노조 “특수고용직도 노동권 강력투쟁”


서아무개(24)씨는 학습지 회사에 입사한 지 두달여 만인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사를 그만두려 했던 그는 회비 대납과 위약금 300만원을 물으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죽기 전날 “내가 죽으면 보험으로 300만원을 갚으라”고 어머니에게 말했다고 한다.

학습지 업체들의 부당한 영업 관행으로 교사들이 고통받고 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과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은 22일 지난해 4월19일 숨진 이정연(당시 28) 교사 1주기를 즈음해 서울 종로구 관철동 구몬빌딩 앞에서 기자회견과 추모제를 열고,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포화상태에 이른 학습지 업계의 부당영업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회사 쪽이 경기침체로 회비를 납부하지 못하거나 탈퇴하는 회원들의 회비를 교사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고 이정연씨의 경우 그가 가르쳤던 203과목 가운데 134과목이 유령회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서훈배 위원장은 “대교, 구몬, 웅진, 재능, 한솔 등 학습지 업체들은 교사들의 피와 땀으로 100대 부호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라며 “특수고용직도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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