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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족·문인들 눈물…“하늘의 토지서 쉬소서”

등록 2008-05-08 22:01수정 2008-05-09 01:50

박경리 선생 떠나던 날
운구행렬 토지문화관·진주여고 거쳐 고향 통영에

“박경리 선생님!/ 선생님은 어머니이십니다/ 흙의 어머니이시고 물과 나무와/ 새와 물고기와 짐승들의 어머니이시고/ 세상 사람들의 어머니이시고/ 소설의 어머니이시고/ 문학의 어머니이십니다/”(이근배 시인의 조시 ‘하늘의 토지에서 더 높은산 지으소서’ 중)

지난 5일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82)씨의 영결식이 8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문학인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등 유족과 문인 150여명,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박완서·최일남·박범신·윤흥길·김원일·조정래씨 등 문인들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이날 영결식장은 문학계의 큰별을 떠나 보내는 회한과 아쉬움이 그득했다. 시인 도종환씨의 사회로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후배 문인들은 빨개진 눈으로 연신 손수건을 훔쳤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박완서씨는 조사에서 “하늘에서 내려다 볼 때 기뻐하실 수 있도록 살아가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헌화가 이어지면서 고인의 운구 앞엔 백합이 가득 쌓였다. 위패를 든 고인의 외손자 김세희씨 뒤로 영정을 든 최유찬 연세대 교수와 유족들이 뒤따랐다. 영결식장을 빠져나온 운구가 검정색 캐딜락 장례차에 실리자 곳곳에서 참았던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영결식장을 나선 운구 행렬은 이날 낮 11시께 강원도 원주 단구동 고인의 옛집 앞마당에 도착했다. 추모식이 열린 집 앞마당은 고인이 <토지> 4·5부를 탈고한 뒤 축하잔치를 벌였던 곳이다. 소설가 오정희씨는 추모사에서 “1974년 가을 정릉 자택에서 붉은 줄 원고지와 만년필을 둔 채 소박하게 집필에 몰두하던 선생님이 생각난다”며 “그 때 작가란 이런 것이구나를 깨달았고, 평생 선생님의 자취를 따라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운구는 토지문학공원의 옛 집을 둘러본 뒤 고인이 타계 전까지 기거했던 강원 원주 매지리 토지문화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토지문화관 들머리 옆길에는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 마음밭을 일구셨네’라고 적힌 천 깃발이 펄럭였다. 노제가 치러진 토지문화관 뒷마당엔 인근 매지리 마을 주민들이 따로 준비한 제사상이 차려졌다. 주민 강성태(66·강원 매지리)씨는 “박 선생님이 계실 때 이곳 분위기가 참 좋았는데 이제 멀리 가셨으니 어찌 될지 …”라며 말을 흐렸다. 오후 3시께 원주를 떠난 운구 행렬은 이날 저녁 고인의 모교인 경남 진주여고에 도착해 노제를 지냈다. 운구는 이날 밤 늦게야 영원한 안식처가 될 고향 통영에 도착했다. 고인은 9일 오전 통영 미륵산 기슭에 안장될 예정이다.

인터넷에서는 고인을 추모하고 고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로그가 하루에 수십개씩 생기고 있다. 경기도립국악단은 고인을 애도하는 추모음악회 ‘토지’를 오는 23일 경기도 문화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연다. 원주/김성환 기자, 김일주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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