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주도 인터넷 모임 연령별 구성비
정치적 성향·연령층 등 다양
탈퇴 자유로워 되레 회원급증
탈퇴 자유로워 되레 회원급증
“언론에서 우리를 ‘키보드 워리어’다 ‘누리꾼’이다라고 부르는데,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저 다 평범한 시민들일 뿐이에요.”
이달 초 서울 청계광장 등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의 도화선은 인터넷 모임이었다. ‘안티이명박’ 카페가 지난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맨 처음 치켜든 촛불의 열기는 1700여 시민사회 단체가 가세한 ‘국민대책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이들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히 ‘비정치적’으로 연대하고 소통한다는 점이다.
회원 수가 15만명에 이르는 ‘안티이명박’ 카페에는 여러 정치적 세력을 지지하는 다양한 회원들이 비빔밥처럼 섞여 있다. 이들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 회원 약관에 ‘정치적 정파 등과 관련한 일체를 배제’하고 ‘비공식 모임에 의하거나 파벌 조장으로 카페에 해악을 주는 행위를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책반대 시민연대’ 회원들도 정치적 성향과 연령대가 다양하다. 이 모임에는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인터넷 모임’과 ‘대운하 반대 모임’ 회원들이 대거 가입해 있다. 이 모임은 진보적 성향이 강한 30대 남성들이 주류다. 그러나 연예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인터넷 카페 ‘쭉방’, ‘쌍코’ 회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들 카페의 주력은 10대 소녀들이다. ‘쇠고기 집회’를 주도하는 또다른 인터넷모임 ‘미친소닷넷’은 상대적으로 젊은 10~20대가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안누리 정책반대 시민연대 운영진은 “80년대 학생운동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연대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인터넷 모임의 다양성이 모여 새로운 시민의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의 지휘에 얽매이지 않는 것도 이들 인터넷 모임의 특색이다. ‘국민대책회의’의 일정과는 별도로 독자적으로 외국의 유력 언론사 홈페이지에 촛불집회 관련 동영상을 퍼나르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광고주들을 찾아내 해당 업체에 항의 글을 올리기도 한다. 평택·인천 등을 돌아다니며 촛불집회 활성화 운동을 벌이는 카페 회원들도 있다.
강전호 안티이명박 부대표는 “인터넷 모임 회원들이 거리로 나선 데는 온라인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의 분위기와 다양한 정보교환의 영향이 컸다”며 “인터넷 카페 활동이란 게 가입 탈퇴가 자유롭기 때문에 서로 부담 없이 소통하고 모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반대 시민연대 카페지기 박아무개(24)씨는 “오프라인에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해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을 찾기 힘들어 답답하지만 온라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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