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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돈으로 키우나요 사랑으로 키우나요

등록 2008-05-12 19:54

나의 자유 이야기
“어음마~”하고 애가 뒤척인다. 졸린 눈을 비비고 기저귀를 만져봤다. 축축했다. 얼른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을 물렸다. 애는 허겁지겁 젖을 빤다. 한밤중에 늘 한 번 이상은 깨어야 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치가 않다. 하지만 아침 준비를 해야 하기에 나는 나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겨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편은 가벼운 체조를 하고 씻으러 갔다. 남편은 수험생이다. 아침밥을 걸러서 보낼 수가 없다. 국을 끓이고 반찬을 꺼낸 뒤 남편을 부른다. 아기가 “에~에~” 하고 우리를 부른다. 아기야! 엄마 아빠 먼저 먹고 너 이유식 만들어줄게. 오늘은 무엇으로 만들어줄까. 시력을 좋게 하는 애호박김죽을 만들어 먹여야지. 남편이 나간 뒤 아기를 데리고 근처 시장에 갔다. 애호박 둘, 무 하나, 참나물 1근, 가지 둘, 귤 열여섯개. 모두 6500원이다. 집에 와서 참나물무침, 가지무침을 했다. 무는 국 끓일 때 쓴다.

나는 아기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살려고 그러냐며 육아휴직을 만류했다. 나는 한창 돈을 벌어야 할 시기라는 건 인정했지만 이렇게 조그만 아기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게 미안해서 남편과 상의한 후 육아휴직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연분만에 성공했고 지금 모유 수유를 한다. 그것만으로도 돈이 꽤 절약됐다. 모유의 장점도 장점이지만 분유값이 만만치가 않아서다. 기저귀는 천기저귀와 종이기저귀를 둘 다 마련했는데 종이기저귀의 편리함에 천기저귀는 사용을 포기했다. 그래서 기저귀는 할인점에서 세일할 때 왕창 샀다. 아기 옷은 다 주변에서 얻어 입혔다. 돌 전까지 아기 옷을 사 입히는 것은 낭비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유식은 내 손으로 만들어 먹이고 장난감도 주변에서 얻거나 내가 손수건을 이용해 만들어줬다. 필수 예방접종은 보건소에서 맞혔고 ‘선택’은 뇌수막염만 병원에서 맞혔다. 보행기는 아예 안 썼고 유모차도 어쩔 수 없을 때만 태운다.

아주 옛날 방식으로 아기를 키웠더니 지금 만 9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잘 컸다. 애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애 낳는 것을 미루려고 했는데 마음먹고 절약을 했더니 돈이 별로 들지 않았다. 친구들이 아기를 위해 돈을 아낌없이 쓰는 것을 보고 내가 우리 아기를 너무 경제적으로 키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곧 우리 부부는 돈이 아니라 사랑으로 아기를 키운다는 데 자부심을 가졌다. 돈 안 들이고 아기 키우는 방법은 이처럼 어렵지 않다. 알뜰살뜰한 젊은 부부라면 주변 지인과 보건소를 적절히 활용해 충분히 돈 안 들이고 아기 키우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좀더 준다면 말이다.

문경아/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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