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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의병장 손녀 “할아버지 기념관 보고싶다”

등록 2008-05-13 00:50수정 2008-05-13 03:05

허로자씨
허로자씨
허로자씨, 우즈베키스탄 방문한 한승수 총리에 호소
“올해는 할아버지가 서대문 형무소 1호 사형수로 처형된 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경북 구미에 건립중인 할아버지 기념관을 돌보며 생애를 마치고 싶은데 정부에서는 1년이 넘도록 좀체 확답을 안해주네요”

‘비운의 독립군 자손’ ‘의병장의 손녀’로 잘 알려진 독립의병장 왕산 허위 선생의 친손녀 허로자(82)씨가 국적회복과 영구귀국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11일 저녁(현지 시각)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인 한승수 총리 주최 고려인 초청 만찬에서 만난 허씨는 “총리 초청만찬에 오라고 그저께 대사관에서 전화만 한통 달랑 왔다”며 “몸이 안좋아서 관둘까도 했지만, 여생을 고국에서 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새 총리에게 읍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한걸음에 내질렀다”고 말했다. 

허씨는 행사가 열린 타쉬켄트에서 차로 4시간가량 떨어진 사마르칸트에서 혼자 살고있다. 한 총리에게 마지막 부탁이라도 할 요량으로 인근에 사는 조카 손녀에 의지해 미국돈 100불에 택시를 대절해서 달려왔다고 했다.

허씨의 기구한 사연은 지난 2006년 9월16일치 <한겨레> 지면을 통해 처음 소개됐다. 국가보훈처는 같은달 19일 허씨를 뒤늦게 독립유공자로 인정하고 연금지급을 시작했다. 급기야 같은달 24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한명숙 당시 총리가 허씨를 특별면담하기에 이르렀다. 허씨가 영구귀국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한 총리는 당시 배석한 유명환 외교부 2차관(현 외교통일부 장관)에게 특별귀화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허씨는 한달 뒤 한 총리의 특별초청으로 고국을 처음으로 밟았으며, 구미에 있는 할아버지 묘소도 둘러봤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대책은 깜깜 무소식으로 돌변했다.

“지난해 4월 할아버지 기념관 건립 때 자비로 한국을 재차 방문해 기념관 근처에 단칸방이라도 마련해달라고 정부 쪽에 요청했지요. 기념관을 돌보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뜻도 아울러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대사관에서는 5년짜리 비자를 내준 것 외에는 여태껏 대답이 없습니다”

허씨의 할아버지 왕산 허위(1854~1908)는 1907년 13도 연합창의군 1만여명을 이끌고 서울 진공작전을 벌이다 일본군에 붙잡힌 뒤 이듬해인 9월27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수 1호로 처형당했다. 직후 아버지 허형(일명 허학·1887~1940)은 가족 말살을 우려해 연해주로 온가족을 이끌고 피신했고, 그곳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로자씨는 1926년 바로 그곳에서 태어났다. 허형은 1937년 옛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까지 흘러온 뒤 1940년 카자흐스탄 감옥에서 옥사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독립군 영웅으로 둔 허씨는 카자흐스탄에서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했다.


“한명숙 총리가 퇴임한 뒤 정부도 언론도 더 이상 나에게 연락이 없습니다. 할아버지 기념관에 아버지 추모공간도 만들고 싶은데 말입니다. 내가 가서 그일을 해야 합니다. 새 총리를 보시거든 제발 기구한 내 사연을 좀 전해 주시구랴. 이렇게 빕니다”

조카 손녀에 의지한 채 사마르칸트로 다시 발을 돌린 ‘의병장 손녀’의 바람이 이뤄질 날은 언제쯤일까.

타쉬켄트(우즈베키스탄)/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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