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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고딩, 따스한 촛불집회 현장을 다녀오다

등록 2008-05-13 16:18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일 저녁 서면 한복판에서 촛불시위가 열렸다. 집안에 제사가 있음에도 잠시라도 들려야겠다는 부모님을 따라나섰다. 불끈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따라나선 건 아니었지만 집회현장에 다가올수록 약간의 설렘같은 것이 느껴졌다.

7시 제일은행 앞, 앉아있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나같은 학생들이 많이 왔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집회장까지 걸어오는 길 바람이 많이 불길래 촛불이나 제대로 켜겠냐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집회의 촛불은 밝게 켜져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나에게 힘을 실어주기엔 충분했다.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나도 모르게 살짝씩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집회의 열기를 전해 받고 있었다.

자리를 잡아서 앉았다. 처음보단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고 그렇게 집회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도 초에 불을 붙이고 사람들과 함께 서면거리에서 빛을 밝혔다.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 잘못됐다고 소리치기 위해서, 엇나가고 있는 우리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아 보고픈 마음으로 애쓰는 사람들이기에… 그냥 좋아보였다.


회사를 마치고 바로 오셨는지 양복 입은 아저씨도 계셨고 단기방학이 아닌지 학교를 갔다가 교복차림으로 온 친구들도 있었고, 엄마아빠 따라나선 아이들도 있었다. 모두 각자의 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이렇게 한뜻으로 모였다.

함성소리에 맞춰 촛불을 높이 들어보이는 그 사람들이 나를 기분좋게 했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진행자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냥 기분에 취해서 나도 사람들과 함께 촛불을 들어 보였다.

요즘 세상은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납득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집에 와서 들으니 서울에는 3만개의 촛불이 밝혀졌다고 한다) 많이 배우고 아는 것 많고 가진 것까지 많다고 자부하는 그 사람들은 왜 모르는 걸까. 아님 모른척 하는 걸까.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거래를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진정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대통령, 국민을 대표하는사람. 그런데 지금 그는 국민의 뜻을 대표하기는 커녕 그 뜻을 거스르고 국민을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

전국적인 집회, 우리는 외치고 있다. 이건 분명 잘못된 길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고 바꾸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그 소리를 애써 듣지 않으려고 귀를 틀어막고 있다. 광우병소 수입에 흥분하고 있던 나도 처음엔 집회한다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집회를 한다고 수입이 취소되겠냐는, 사람이 죽어도 눈하나 깜박 안할 사람들이라는.

그런데 그건 바보같은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직접 집회에 참석해서 일까. 이제는 잘못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 뜻을 세상에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걸.

우리는 끊임없이 애써야 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분명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나혼자가 아닌 어제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길이기에 조금 덜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 상황에 딱 맞는 말이 생각난다. ‘트레이스’라는 인터넷 연재만화에 나오는 말이다. “무슨 짓을 해도 바뀌는 건 없다라는 충고에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그나마 여기까지 오게된 거야. 당신은 지켜보기나 하라구”

※ 이 글은 한겨레 블로그 찬돌(http://blog.hani.co.kr/cdstone7/)님의 작은 따님의 글입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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