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을 바꿔 산 형제
동생 대리입대 뒤 신분 바꿔
가족등록부 바로잡으려 소송
가족등록부 바로잡으려 소송
김아무개(70)씨는 22살이던 1960년 동생(66)과 이름을 바꿨다. 장남인 김씨 대신 동생이 형의 이름으로 군대에 갔기 때문이다. 3년 뒤 동생이 전역한 뒤로도 계속 바뀐 이름으로 살았다.
형은 동생의, 동생은 형의 이름으로 주민등록신고와 혼인신고를 했다. 법적으로는 형은 동생의 아내와, 동생은 형의 아내와 부부였다. 형제가 나란히 남매를 낳으면서 이들의 가족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실제 이름을 부르며 살았지만 이들 형제의 2세들은 법적으로는 ‘삼촌의 자녀’였다.
수십년 동안 ‘대리 인생’을 살아온 김씨는 복잡한 가족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2004년 우선 제수와의 혼인신고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김씨의 아내도 ‘법적 부부’였던 시동생을 상대로 혼인무효 소송을 내 승소했다.
이어 김씨 부부는 자신의 친딸이 작은아버지의 자녀로 등록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으려고 소송을 냈고, 서울가정법원 가사8단독 이헌영 판사는 김씨의 딸이 김씨 동생의 자녀가 아님을 확인해 줬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이 확정되면 김씨는 자신의 실제 이름으로 주민등록을 하고, 김씨의 동생 역시 형의 소송 결과를 본 뒤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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