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설전…에버랜드 전환사채 배정 위법성 공방
삼성특검에 의해 기소된 이건희 회장 등 삼성 관련자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삼성 쪽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은 주주 배정 방식으로 이뤄진 정상적인 절차”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민병훈) 심리로 15일 열린 재판에서 삼성 쪽 대리인인 조준형 변호사는 “(전환사채 발행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주 배당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인수 권리를 줬지만 제일제당을 제외한 주주들이 실권을 한 이후 이재용씨 등 제3자에게 배당됐다”며 “제일제당은 보유 주식 비율대로 배정된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등 전환사채 발행은 정상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정석 특검보는 “서류상 주주배정 방식을 취할 뿐, 실권을 전제로 이재용씨 등에게 배정할 목적으로 발행한 실질적인 제3자 배정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기존 주주들에게 인수 결정권이 주어졌는지가 쟁점”이라며 “실질적 인수권이 있더라도 공모를 통해 실권했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를 밝히기 위해 △이재용씨의 전환사채 인수 자금 출처 △중앙일보, 삼성물산, 제일모직, 삼성문화재단 등 주주들의 실권 경위에 대해 증거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에버랜드가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치, 에버랜드가 보유한 부동산과 삼성 계열사 주식 현황, 취득 시기와 자금의 출처도 심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검의 수사가 미흡한 부분에 대한 증거조사 방침도 내비쳤다. 특검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재산”이라고 밝힌 회사 임직원 명의의 차명 주식과 관련해, 재판부는 삼성 쪽에 △최초 차명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경위와 자금의 출처 △차명 주식 보유 현황과 변동 내역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이날 법정엔 특검 쪽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와 삼성 쪽 조해섭·이완수·조준형·김승섭 변호사가 출석했고 이건희 회장 등 피고인들은 나오지 않았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6일 오후 1시30분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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