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오른쪽)이 15일 새벽 한겨레신문사 서울 마포지국에 찾아가 이준호 마포지국장과 함께 창간 20돌 기념 특집을 본지에 끼워 넣는 삽지 작업을 하고 있다. 박수진 취재영상팀 피디 jjinpd@hani.co.kr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 한겨레 마포지국 현장
‘발송 늦을라’ 발 동동
“정권바뀐뒤 구독늘어” <한겨레>가 20주년을 맞은 15일 0시30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1층 발송장. 아직 윤전기 잉크가 마르지 않은 신문, 20주년 기념호가 1t 화물차에 차곡차곡 실렸다. 서울 마포지국으로 가는 신문도 0시30분에 떠났다. 새벽 1시20분, 마포구 신수동에 있는 지국에 닿았다. 좁은 공간에서 지국장과 배달원 둘이서 열심히 삽지 작업 중이다. 20주년 특집과 ‘ESC’ 섹션을 본지 사이에 끼워 넣기. 시간과의 싸움. 배달원이 오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 옆에 쭈그리고 앉아 서툴게 삽지 작업을 해 본다. 한겨레 지국 가운데 삽지기계를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신뢰도 1위 신문 <한겨레>, 그러나 지국들의 형편은 열악하다. 부수가 적기 때문이고, 전단지 배포가 거의 없어 부수입이 적다. 이른바 부자 신문들의 지국장은 주로 관리만 하지만 한겨레 지국장은 배달, 판촉, 수금, 배송, 배달사고 처리까지 다 한다.
[현장] 세상 밝히는 ‘상식’ 싣고 [%%TAGSTORY1%%]
수원의 한 독자가 말했다. “한국에는 진보 신문과 보수 신문이 있는 게 아니라, 상식적인 신문과 몰상식한 신문이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중립은 중도일 수 있으나, 몰상식과 상식 사이에 중립이 있다면 그것 또한 몰상식일 터.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라 했다. 삼성이 6개월 넘게 상식적인 신문에만 광고를 하지 않듯이.
그래도 촛불문화제에 나선 10대 청소년들이 ‘몰상식한 신문들의 몰상식함’에 눈뜨고 있는 데서 희망을 품어 본다. 2시15분, 삽지 작업을 마쳤다. “아니, 왜 이렇게 무거워.” “창간 기념호예요.” 용강동 지역 배달원이 오토바이에 62부를 싣고 바삐 떠났다.
지국장 이준호(36)씨. <한겨레>를 알게 된 인연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도 그만뒀다. 24살 때인 1996년부터 지국을 맡았다. 본사의 신문 발송 시간이 30분 이상 늦어질 때는 발을 동동 구른다. 배달원이 <한겨레>만 배달하는 게 아니어서 기다릴 수 없다. 시간과의 싸움은 아침 7시까지 이어진다. 배달을 마치고 잠시 눈을 붙인 다음 일상 업무를 한다.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수금 문제. 95%까지 수금되던 90년대와 달리 미수 비율이 높다. 독자들은 쉽게 “다음에 오세요”라고 한다. 1만5천원이 수중에 없는 때도 있겠지만 주로 습관 탓인 것 같다. 지국장은 ‘배달 사고는 주로 지나가던 사람이 주워 가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독자들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한다. 정권이 바뀐 뒤 <한겨레> 구독 신청 비율이 조금 높아졌단다. 대개 무료서비스는 몇 개월이고 사은품은 무엇인지 묻는다. ‘두 달 서비스’뿐이라고 하면 그래도 대부분 “한겨레니까”라며 받아들인다. 지국장은 신문 값이 우유 한 팩보다 못하다고 한탄한다. ‘신문은 공짜’라는 인식. 하찮아진 신문에 상식을 담기는 쉽지 않다. 신문의 가치를 높여야 사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런 전망이 있을까? 새벽마다 ‘상식’을 나르는 지국장의 얼굴에는 수면 부족이 역력했다. 그래도 아직 젊다. 그리고 <한겨레>가 20년 생일을 맞기까지 함께한 독자들이 있다. 기획위원 hongsh@hani.co.kr 영상/박수진 피디jjinpd@hani.co.kr
“정권바뀐뒤 구독늘어” <한겨레>가 20주년을 맞은 15일 0시30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1층 발송장. 아직 윤전기 잉크가 마르지 않은 신문, 20주년 기념호가 1t 화물차에 차곡차곡 실렸다. 서울 마포지국으로 가는 신문도 0시30분에 떠났다. 새벽 1시20분, 마포구 신수동에 있는 지국에 닿았다. 좁은 공간에서 지국장과 배달원 둘이서 열심히 삽지 작업 중이다. 20주년 특집과 ‘ESC’ 섹션을 본지 사이에 끼워 넣기. 시간과의 싸움. 배달원이 오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 옆에 쭈그리고 앉아 서툴게 삽지 작업을 해 본다. 한겨레 지국 가운데 삽지기계를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신뢰도 1위 신문 <한겨레>, 그러나 지국들의 형편은 열악하다. 부수가 적기 때문이고, 전단지 배포가 거의 없어 부수입이 적다. 이른바 부자 신문들의 지국장은 주로 관리만 하지만 한겨레 지국장은 배달, 판촉, 수금, 배송, 배달사고 처리까지 다 한다.

지국장 이준호(36)씨. <한겨레>를 알게 된 인연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도 그만뒀다. 24살 때인 1996년부터 지국을 맡았다. 본사의 신문 발송 시간이 30분 이상 늦어질 때는 발을 동동 구른다. 배달원이 <한겨레>만 배달하는 게 아니어서 기다릴 수 없다. 시간과의 싸움은 아침 7시까지 이어진다. 배달을 마치고 잠시 눈을 붙인 다음 일상 업무를 한다.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수금 문제. 95%까지 수금되던 90년대와 달리 미수 비율이 높다. 독자들은 쉽게 “다음에 오세요”라고 한다. 1만5천원이 수중에 없는 때도 있겠지만 주로 습관 탓인 것 같다. 지국장은 ‘배달 사고는 주로 지나가던 사람이 주워 가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독자들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한다. 정권이 바뀐 뒤 <한겨레> 구독 신청 비율이 조금 높아졌단다. 대개 무료서비스는 몇 개월이고 사은품은 무엇인지 묻는다. ‘두 달 서비스’뿐이라고 하면 그래도 대부분 “한겨레니까”라며 받아들인다. 지국장은 신문 값이 우유 한 팩보다 못하다고 한탄한다. ‘신문은 공짜’라는 인식. 하찮아진 신문에 상식을 담기는 쉽지 않다. 신문의 가치를 높여야 사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런 전망이 있을까? 새벽마다 ‘상식’을 나르는 지국장의 얼굴에는 수면 부족이 역력했다. 그래도 아직 젊다. 그리고 <한겨레>가 20년 생일을 맞기까지 함께한 독자들이 있다. 기획위원 hongsh@hani.co.kr 영상/박수진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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