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교감 등 800여명 ‘현장지도’
경기도 공문·교내방송…“구시대적 작태”
경기도 공문·교내방송…“구시대적 작태”
17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고된 가운데,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집회 참석을 막고자 일선학교에 ‘현장지도’ 지시를 내리고 참석 학생들의 인적사항까지 파악하도록 해 학생과 교육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촛불문화제에 중·고교 교감 670여명과 장학사 222명을 내보내 학생들을 지도하겠다”고 16일 밝혔다. 경기도교육청도 도내 680여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별로 계획을 수립해 학생들이 촛불집회에 무분별하게 참여하는 걸 예방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촛불집회에 나가면 처벌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서울 강서구 ㅎ중학교의 한 교사는 “아침에 교장 지시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참석했다 적발되면 정학 등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시 일부 학교에서는 ‘집회에 참가하면 불이익이 있다’는 교내방송을 내보냈다. 경기 화성교육청은 지난주부터 ‘매일 4∼7개 중ㆍ고교 생활지도 담당 교사들과 시교육청 책임자가 집회 현장에 나가 학생들의 인적사항과 주장을 파악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기지부 김영후 정책실장은 “학생들의 불만은 쇠고기 협상에 대한 불신은 물론 영어몰입, 0교시 등 살인적 경쟁으로 내몰린 데서 비롯된 것인데도 교육 당국이 정부 입맛에 맞춰 이를 통제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작태”라고 비판했다. 서울 금천구 ㄱ중학교 한 학부모도 “학교 쪽에서 집회 참석을 막으라는 문자를 두 번이나 보냈다”며 “급식 안전에 신경 써야 할 학교가 아이들 집회 참석을 막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17일 저녁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11번째 촛불문화제를 연다. 문화제에 앞서 오후 5시부터는 서울 덕수궁과 명동 일대에서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행진도 예정돼 있다. 대책회의는 “이날 행사는 콘서트 형식으로 꾸려 가수 김장훈씨와 윤도현 밴드, 정태춘씨 등이 나와 축제 형식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홍용덕 유선희 김성환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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