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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압축성장 중국, 정신에 목마르다”

등록 2008-05-19 18:22수정 2008-05-19 19:19

위단(사진)
위단(사진)
강연차 한국 온 ‘중국의 도올’ 위단
‘논어심득’ 2년새 450만부 신기록
“황량해진 삶서 잃어버린 것 갈구”
유교 가치 되살리며 ‘위단 신드롬’

<논어심득>이란 책이 중국 출판기록을 바꾸고 있다. 2006년 말에 나와 지금까지 450만부 이상 팔렸다. 지난해 3월 초판을 100만부 찍은 <장자심득>은 지금까지 280만부 팔렸다. 그 뒤에 나온 <논어감오>라는 책은 초판을 120만부나 찍었다. 인구 많은 중국이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기간에 이토록 많은 책이 팔린 것은 중국에서도 없었던 신기록이다. 게다가 이들 책은 모두 한 사람이 썼다. 42살의 젊은 여성 위단(사진) 베이징사범대학 예술·미디어대 주임교수가 바로 그다. 최근 한중문화우호협회가 주최하고 연세대 인문학 특성화사업단이 주관한 국외학자 초청강연을 막 마치고 나온 위단을 연세대에서 만났다. “중국에는 해적판이 너무 많다”며 그는 “그것까지 고려하면 이들 세 책의 총 판매부수는 2천만부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실제 나이보다도 더 젊어 보이는 장부 같은 기상의 위단에게 갑부가 됐겠다고 하자 웃기만 하더니 “쓰촨성 지진 구제 지원성금으로 10만위안을 냈다”는 얘기만 했다.

실례를 무릅쓰고 이런 사실부터 물어본 것은 ‘위단 신드롬’이라고나 해야 할 엄청난 책 판매, 독자들의 쏠림현상 자체가 급변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속살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논어심득>을 왜 그렇게 많이 볼까? “유가 사상(유교)은 교육을 받지 못한 중국인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견지해왔다. <논어심득>은 공자의 사상을 주입하려는 게 아니다. (급격한 압축성장 속에) 서로 충돌하고 난폭해지고 황량해진 현대 중국인들에게 잊혀진 생활 속 유교를 새롭게 일깨운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에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깨달은 중국인들이 거기에 친밀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논어심득> 후기에서 자신이 얘기한 논어는 한 무제가 국교화한 유교도, 도교·불교와 더불어 장엄한 의식을 행하는 유교도, 이치를 끝까지 파고드는 고증에 사로잡힌 유학자들 전유물도 아닌 “누구나 마음 속에는 가지고 있으나 입으로 나오지 않은 간단한 진리”라고 했다. “하지만 처세훈은 아니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프로 ‘백가강단’(百家講壇)에 출연해 논어·장자를 강의하면서 시작된 ‘위단 신드롬’의 정체가 경제성장이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 속에 새로운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냐, 아니면 자본주의적 개발에 대한 반작용이냐는 질문엔 “둘 다”라며 이런 예를 들었다. “1980년대에 유학한, 내 또래의 젊은 경영자들이 나를 초청해 유가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그들은 정신과 물질 둘 다를 동시에 잡으려 하고 있다.” 베이징사범대에서 중국고대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20대 때 반친구와 결혼한, 개혁 개방이 낳은 중국 신세대 위단은 고전이 그런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미래를 낙관하느냐고 묻자 “당연히 그렇다”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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