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예방교육 ‘선’은 어디까지
“범인 눈 찔러라, 위기땐 옷벗어라”
성교육강사, 초등5년 대상 강의 논란
성교육강사, 초등5년 대상 강의 논란
“살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알아야 ….” “인성파괴적 방법이다.”
지난달 16일 성교육 전문가인 ㄱ대 평생교육원 소속의 김아무개(70) 교수가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어린이 100여명을 상대로 한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김 교수의 교육에는 ‘칼이나 가위로 성폭행범의 눈을 찔러라’ , ‘평소에 인형의 눈을 찌르는 연습을 하라’, ‘죽을 것 같으면 자발적으로 옷을 벗어라’는 등 극단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 수원시는 아동 성폭력 피해가 잇따르자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전문 강사 3명을 고용해 관내 52개 초등학교에서 예방교육을 실시 중이었다.
강의 내용이 알려지자 ‘수원여성의 전화’ 등 7개 여성단체들은 지난달 23일 ‘수원지역 반인권적 아동·청소년 성교육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인권적 성폭력 예방교육의 중단’ 등을 요구했다. 시는 “김 교수가 지난 10여년간 1500차례 강의한 전문가이지만 과도한 사례가 문제였다”며 즉각 교육을 중지시켰다.
‘수원 여성의 전화’ 권선미씨는 “초등학생에게 인성파괴적이고 폭력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성교육을 했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성폭력범 앞에서 어린이들이 죽지 않고 살 마지막 방법을 알아야만 한다”며 “5학년이면 충분히 성장했고, 미국에서도 초등학생 때부터 성폭력 예방을 위해 인형을 놓고 칼로 찌르는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예방교육은 자기방어도 포함되지만, 그 방법은 평소 위기 상황에서 공포를 이기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아를 만드는 것”이라며 “예방교육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개별적인 토론식 교육이 필요한데, 이번 경우처럼 강당에 대규모 학생들 모아놓고 한 차례 설명하는 방식은 실적 쌓기”라고 비판했다. 권김현영 국민대 강사(여성학)는 “교육이 성폭력 피해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서는 안 되며 가해자 상태에 따라 대처 방법과 종합적인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최원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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