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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우리풀꽃 영문팻말 운동 펴는 김알찬씨

등록 2008-05-22 18:56수정 2008-05-22 21:13

김알찬(본명 재관·사진)
김알찬(본명 재관·사진)
‘외국인 이웃들과 우리풀꽃 함께 즐겨요”
‘한겨레’ 기사 계기로 공부 시작
백낙청 선생 “기특” 감수 자청
“독자 여러분들 많이 참여했으면”

연초 이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아름다운 우리 풀꽃을 외국인 이웃들에게 소개하는 ‘영문 팻말 쓰기 운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한겨레> 독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간략하지만 간곡한 제안서에는, 그가 시험 삼아 번역해보았다는 ‘참나리’의 영문 안내서도 첨부돼 있었다.

‘야생식물연구회원’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김알찬(본명 재관·사진)씨를 직접 만났다. 예상과 달리 그는 자연생태 전문가도 환경운동가도 아니었다. 올해 나이 스물한 살, 홍익대 입학을 앞둔 예비 영문학도였다.

“지난해 가을쯤엔가 <한겨레>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무렵 집 근처 공원에 갔는데 유난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형편이 넉넉치 않아 휴일에 관광을 즐기지도 못하고 대부분 맨몸으로 다닐 수 있는 공원이나 산을 찾고 있다고들 했어요.”

우리와 더불어 살아갈 이웃들을 위해 도움이 될 일을 찾던 그는 ‘공원에 있는 낮선 또는 낮익은 풀꽃과 나무들 이름 만이라도 영어로 적어 놓으면 우리 땅에 훨씬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날로 야생식물연구회에 가입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영어엔 자신이 있나 보군요?” 그러자 “한겨레 덕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학교 졸업 직전 한겨레가 주선하는 미국 공립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1년간 디트로이트에서 홈스테이를 했단다. 사진작가와 화가 부부의 집이었는데 마침 한국 남자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다. 이후로도 교류를 계속해 영어에도 취미가 생겼고 사진 촬영법도 익혔다.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하기엔 벅차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움을 청하기로 한 것이다.

“한겨레에서 연재한 ‘이곳만은 지키자’ 답사기를 재밌게 봤어요. 그래서 ‘우리 독자’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겨레 창간 20돌 기념일인 지난 15일, 그는 “이제야 ‘우리 풀꽃 영어팻말 쓰기운동’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며 그사이 준비한 자료들을 내놓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원로 식물학자 노승문 박사가 야생식물연구회 홈페이지에서 사연을 보고 영어 번역문의 감수를 도와주기로 했고, 평소 교분이 있는 원로 영문학자 백낙청 선생은 “기특한 생각”이라며 첫번째 ‘참나리’ 안내문안의 교정을 직접 해주었다. <이곳만은 지키자> 1, 2차 답사에 참여했던 동북아식물연구소 현진오 박사는 식물 사진과 한글 설명문 제공을 약속해주었다.

그의 뜻을 살려 한겨레는 독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 ‘깐도리와 풀꽃친구들(blog.hani.co.kr/ccandori)’에서 모든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블로그에 있는 우리 풀꽃에 대한 사진과 정보를 보고 영어로 번역을 해주셔도 좋고, 번역문안을 퍼가서 주위 외국인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줘도 좋습니다. 하나 둘 문안이 쌓이면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즐겨찾는 공원에 팻말도 세워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이런 운동을 생각해냈느냐는 첫 물음에 그는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한겨레둥이거든요.”

<한겨레>신문이 탄생한 1988년, 아버지 김석은(전 시민방송 대표)씨가 그의 돌 선물로 받은 반지들을 팔아 한겨레 주식 3만원 어치를 사주었단다. 자연스럽게 한겨레를 보며 한글을 깨친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주주’란 사실도 알게 됐다. 가장 재밌게 본 박재동 화백의 ‘한겨레 만평’은 그를 만화와 영화의 세계로 이끌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겨레문화센터의 어린이 겨울캠프, 여름학교 같은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갖가지 애니메이션·영상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렇게 익힌 솜씨로 중학교 때 집 근처 과천시 자원봉사센터의 홍보영상 제작을 맡았고, 그 다큐로 청소년 자원봉사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자원봉사는 그의 일상이 됐다. 그는 서울 미아2동의 방과후 열린학교에서 초등생들에게 영어연극 대본을 가르치고 있다.

“한겨레를 보고 자라면서 깨달은 세상을 보는 눈과 삶의 길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어요.”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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