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어청수 내정자, 행발위 축하연에 가 물의
선거 직전 호남출신 경관 대거 전출 조처도 뒷말
선거 직전 호남출신 경관 대거 전출 조처도 뒷말
국회의원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난 1월 말 당시 권력실세였던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은평 을)에서 이 의원과 어청수 경찰청장, 은평구청장, 전·현직 은평경찰서장 등이 모였던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당시 어 청장은 취임을 10여일 앞둔 때여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 총수가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총선을 40여일 앞둔 지난 2월 말, 은평경찰서 소속 호남 출신 경찰관 6명이 갑자기 무더기로 전출된 사실도 확인됐다.
모임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월29일 저녁 7시께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 ㅎ갈비집에서 은평경찰서 주최 행정발전위원회(행발위)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성근 은평경찰서장과 행발위 민간위원 등 20여명 외에 어청수 청장 내정자와 이재오 의원, 노재동 은평구청장, 이기태 전 은평경찰서장(현 일산경찰서장) 등이 참석했다. 행발위는 관할 경찰서와 민간위원들이 청소년 선도 등을 논의하는 기구로, 지역구 의원이나 경찰 총수, 구청장이 참여한 전례가 없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민간위원은 “이 의원이 은평에서 3선을 하는 동안 어 청장과 이기태 서장이 은평서장을 지냈고, 노 구청장도 한나라당 소속”이라며 “이날은 어 청장 취임을 축하하려 모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선거 관련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는 “이 의원이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이전에도 얼굴을 내비치곤 했다”며 “총선 관련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술 한잔 하면서 도움 좀 달라는 정도의 얘기는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냐. 마이크 잡고 한나라당 밀어 달라는 것도 아닌데 문제가 되냐”고 되물었다.
당시 모임과 관련해 어 청장은 “은평서장을 지낼 때 행발위를 처음 만들었던 인연으로, 그 사람들이 청장 승진 축하차 저녁 식사에 초대한 것”이라며 “이 의원이 안 오는 줄 알고 갔으며, 부적절한 이야기가 오간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행발위원들이 축하연을 연 것인데, 나도 어 청장이 서장할 당시 의원을 했고 구청장도 그때 사람이어서 참석했다”며 “선거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달여 뒤인 지난 2월29일 은평경찰서에서 2~10년씩 근무했던 호남 출신 경찰관 6명이 무더기로 지구대 등으로 전출됐다. 이들은 “출근 뒤 전출 사실을 알 만큼 갑작스러웠고, 의사를 묻지도 않는 등 보통의 절차와 달랐다”며 반발했다. 한 경찰관은 전보조처 전에 의사를 묻게 돼 있는 공무원법에 근거해 소청심사를 냈지만 기각됐다. 은평서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은 은평에서 비우호적인 경찰관을 물갈이해 확실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은평서장은 “이들이 다른 사건으로 감찰조사를 받은 적도 있고, 주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공교롭게 모두 호남 출신이지만, 선거를 의식했다면 그렇게 노골적으로 했겠냐”고 해명했다.
하어영 최현준 황춘화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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