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창석)는 근무시간에 술을 마신 뒤 오수처리시설 정화조 안쪽의 전기시설을 점검하다 발을 헛디뎌 추락사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노아무개씨의 유족이 “업무상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출근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시설 내부구조에 익숙하지 못한 노씨가 술기운에 가파른 계단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정화조에 빠져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노씨에게 근무시간 중 술을 마신 잘못이 있더라도, 사용자의 지배관리가 미치는 업무시간 중 업무수행 장소에서 일어난 사고이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관리사무소에서 관행상 음주가 일정 정도 용인돼왔던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근무시간 중 전 직장 동료와 소주 4병 반 가량을 나눠마신 뒤 행방불명됐던 노씨는 열흘이 지나 아파트 오수처리시설 정화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근로복지공단은 “개인적인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라며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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