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보육료 지원제도 문제점
복지부, 무조건 월 30만원씩 산정해 논란
실제 수입 여부 확인 않고 지원액수 깎아
실제 수입 여부 확인 않고 지원액수 깎아
경기 부천시에 사는 이아무개(42·회사원)씨는 지난해부터 둘째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낸다. 노부모를 모시고 홀로 벌어 월세 집에 사는 이씨에게 월 12만원 가량인 ‘저소득층 차등 보육료 지원’은 보탬이 됐다. 그런데 이달 들어 지원 금액이 5만여원으로 줄었다. 연봉은 제자리고 빚은 늘었는데 지원 등급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동사무소에 문의했더니 ‘올해부터 전업주부도 무조건 월 30여만원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 지원을 받아 아이를 맡긴 동안 일할 수 있으니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전업주부인 아내가 소득이 없는데, 집집마다 확인도 않고 그럴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소득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전업주부도 매달 30여만원씩 연간 최대 500만원 가까이 ‘추정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해 반발을 사고 있다.
28일 복지부가 읍·면·동사무소에 보낸 ‘2008년 보육사업 안내’ 지침을 보면, 취업·근로 여부가 불분명하면 추정소득을 부과하되 ‘전업주부의 경우 … 추정소득을 부과해야 함에 유의’하라고 했다. 일부 지역만 전업주부에게 추정소득을 부과해 형평성 논란을 빚자, 올해부터 다같이 하도록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소득이 늘지 않았는데도 보육료 혜택은 줄어드는 부당한 일이 속출할 수 있다. 현행 차등 보육료제는 6천억원 예산으로 0~4살 60만명에게 보육료의 100~30%를 지원한다. 소득에 따라 1~5층으로 지원 등급을 매기는데 이 등급은 적게는 월 소득이 25만원만 늘어나도 떨어진다. 전업주부에게 월 30여만원의 추정소득을 매기면, 상당수 가구의 등급이 떨어지면서 보육료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일선 읍·면·동사무소의 대응은 ‘고무줄 잣대’에 가깝다. 정부 지침은 추정소득을 부과할 땐 소명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전업주부라도 간병책임 등의 사유가 있으면 추정소득 대상에서 빼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여력이 없다”며 이런 절차를 건너뛰기 일쑤다. 서울 성동구의 동사무소 직원은 “유독 따지고 드는 민원인에게는 예외로 해 줄테니 서류를 떼 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런 지침이 보육료 예산 규모를 통제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육재정과 관계자는 “소득파악률은 워낙 낮은데 보육료 신청자들은 하나같이 홑벌이라고 신고를 한다”며 “소득파악은 정부 책임이고 전업주부에게 추정소득을 일괄 부과하는 게 옳지 않지만, 그렇게 안 하면 보육료 예산 증가를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좀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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