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도 변화 없어
현대차쪽 “여러가지 사정탓”
현대차쪽 “여러가지 사정탓”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2006년 4월19일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재 일부 출연 이외에는 실제 시행한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대차는 당시 발표한 사과문에서 △정몽구 회장 부자 사재 1조원 상당 사회환원 △윤리위원회 설치 △기획총괄본부 조직 대폭 축소 개편 △일자리 창출 및 협력사 지원 등의 사회공헌 방안을 약속했다. 이런 약속은 정 회장이 지난해 9월6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항소심 판결에서 사재 헌납은 해마다 1200억원씩 7년을 출연해 모두 8400억원을 내는 것으로 확정됐다.
현재 정 회장의 약속은 일부만 집행된 상태다.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중순 사회환원하는 재산을 운용하는 ‘해비치 사회공헌위원회’ 발족을 선언했다. 정 회장은 이 재단에 지난해 11월 글로비스 주식 92만여주를 증여했다. 금액으로는 600억원 정도다. 원래는 그해 말에 600억원 상당을 추가로 출연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사과문 발표 당시 정 회장과 기아차 정의선 사장 소유 1조원 상당의 글로비스 주식 전량에 대해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정 회장은 글로비스 주식 1천만주, 정의선 사장은 1100만주 정도를 갖고 있었다. 현재까지 출연된 것은 주식 숫자로 따지면 애초 약속한 것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현대차의 고위 관계자는 “회장님 개인이 결정하실 일이라 우리가 말할 일은 아니지만 자신이 한 약속을 취소할 리는 없다”며 “이제 부담을 털었으니 나머지 금액의 출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당시 “반성의 계기로 삼아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 부분에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기능의 실질적인 강화를 통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계열사별 전문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약속도 지난 3월 사장 임명 3개월 만에 현대제철 사장을 갑자기 경질하는 깜짝 인사를 반복하는 등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글로비스 주식의 경우 정의선 사장의 지분은 가만히 두고 정몽구 회장의 지분을 출연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3일 선고 결과와 관련해 현대차 쪽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사회봉사 명령을 차질 없이 성실히 수행할 것이며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부담을 덜고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재판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수행하지 못했으며, 5일로 예정된 러시아 공장 기공식에도 참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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