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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열이 같은 사람이 또 나올까 봐 겁이 나.”

등록 2008-06-10 14:38수정 2008-06-11 09:21

고 이한열씨의 어머니 배은심씨.
고 이한열씨의 어머니 배은심씨.
이한열·박종철 열사 부모들이 본 ‘촛불’
최루탄이나 물대포나 진압방식 다른게 뭐냐

1987년 6월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제가 열린 9일. 연세대 추모식장에서 만난 고인의 어머니 배은심(68·사진)씨의 얼굴은 어두웠다. “21년 전 최루탄으로 입과 눈과 귀를 막은 상황이랑 요즘 물대포와 방패로 진압하는 상황이랑 다를 게 뭐가 있어요. 국민의 소리를 듣는 게 우선이지. 군사독재 때처럼 국민들 목소리를 누르려고 하면 오산이에요.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

배씨는 지난 6~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에 참여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지냈다. 그는 “예쁜 아기 손을 잡은 엄마도 나오고, 앳된 여학생들도 보이고,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시민들의 시위문화는 한층 성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촛불시위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잘못된 것은 확실하게 잘못됐다고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씨는 그 이유에 대해 “집회에 줄곧 나오는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문화시위에는 꿈쩍도 안 하다가 저항이 좀 거세다 싶으면 정부 대책이 나온다.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며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꼬집었다.

연세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추모제 기획단에서는 ‘100만 촛불대행진’이 예정된 10일 고인의 장례식을 재연할 계획이다. 87년 7월9일 서울시청 앞에서 치러진 고인의 장례식에는 100만 인파가 운집했다. 배씨는 “당시 한열이의 운구를 따라 시청 앞에 100만명이 모였듯 이번에도 꼭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뼈아프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6·10촛불, 100만 목소리 꼭 모았으면”

‘가련한’ 정부 버릇 고쳐 아름다운 결실 맺기를

고 박종철씨의 아버지 박정기씨.
고 박종철씨의 아버지 박정기씨.
고 박종철씨의 아버지 박정기(79·사진)씨는 ‘늙은 투사’로 통한다. 21년 전 아들이 독재정권의 물고문으로 희생된 뒤 박씨의 삶은 집회와 시위의 나날이었다. 9일 ‘고 이한열 열사 추모제’에 참석한 박씨는 “이제 몸이 좋지 않아 밖에만 나오면 맥을 못 춘다”면서도, 6월 항쟁 21돌을 맞는 감회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꾹꾹 눌러가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서울역 광장에 서서 남대문 쪽에서 밀려오던 사람들의 물결을 보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지금 5~6월 청계광장과 시청 앞에서의 촛불집회를 단순히 ‘문화제’라고 규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굳이 비교하자면 당시 투쟁은 동적이고 지금 시청 앞에서 타오르는 촛불은 정적인 차이가 있다”며 “그러나 이번 촛불은 조용하지만 한달을 거의 매일 끝장집회로 이어가며 밀고 가는 것을 볼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곤 ‘늙은 투사’답게 “우리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박씨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정서를 너무 모르고 안이함에 빠져 있다”며 “가련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잘 모른다고 하는데 광우병 쇠고기 문제만큼은 온 국민이 정부의 사기극에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이 잘 보이는 않는 현 정국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6월 항쟁은 개헌을 이끌어 내 이 결실을 맺었지만 지금 촛불이 과연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 예측이 잘 안 된다”며 “광장에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공감을 하고 뜻을 모아 가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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