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들 3만엔씩 줘…담임들 “돌려줬다”
서울의 한 공립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국외 수학여행에 동행한 교사들에게 외화로 촌지를 건네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강남 ㄱ고등학교 학부모와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 1학년 12개반 학생들은 지난 2∼5일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 등지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학부모들은 출발하기 전날인 1일, 학생지도를 위해 여행에 따라 간 담임교사들에게 3만엔(한화 약 30만원 상당)씩이 든 봉투를 나눠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한 교사는 “봉투를 열어보니 흰색 한지로 싼 만엔짜리 석 장이 들어 있었다”며 “돈을 건넨 학부모가 ‘아이들 지도하느라 힘드실 텐데 (일본 여행) 가서 쓰시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 교사는 “면전에서 거부하기 힘들어 다음날 내용증명을 덧붙여 우편으로 반송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교사는 “학부모가 봉투를 건네기에 ‘이러지 마시라’며 돌려줬다”며 “학부모회 차원에서 지도차 따라 간 담임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일부 학부모들이 돈을 걷어 수고비 차원에서 드렸다”며 “우리 반뿐 아니라 다른 반도 똑같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이아무개 교장은 “교사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며 “학부모 대표를 불러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겠다”고 해명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은자 자치위원장은 “교사들의 수학여행 소요 비용은 모두 출장비로 충당되는데, 아직도 학부모들이 돈을 건네는 경우가 많다”며 “시교육청이 맑은 교육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이런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떤 명목으로든 학부모들에게 현금을 받는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상황을 파악해 보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정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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