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 오전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쇠고기 ‘추가 협상’을 하려고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수입조건 합의와 배치…미 ‘난색’ 표할 듯
30개월이상 금지기간 싸고도 큰 진통 예상
30개월이상 금지기간 싸고도 큰 진통 예상
14일 쇠고기 추가협상 전망
14일(한국시각)부터 열리는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간의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에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교역금지’의 구체적 방법과 적용기간을 핵심의제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에 파견중인 정부 대표단이 한국으로의 30개월 쇠고기 수출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에 별도의 수츨증명(EV) 프로그램 운영을 미국쪽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양쪽 통상 장관간에 이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수출증명 프로그램은 미국 농무부가 각 나라와 맺은 수입 위생조건에 맞는 쇠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수출업자들이 지켜야 할 사항들을 명시해놓고, 작업장을 감독하는 체계를 말한다. 미 농무부는 지난해 10월까지 한국행 쇠고기의 수출 작업장에 ‘한국 수출증명 프로그램’에 따라 ‘30개월 미만 살코기’라는 수입 위생조건을 지키토록 지침서를 내려보내고 연방정부 검역관을 통해 준수 여부를 살펴왔다. 또 2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입하는 일본은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통해 이력추적제와 지육 등급 기준 등 비교적 정확성이 높은 방법으로 월령을 확인하도록 강제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18일 미국과 합의한 새 수입 위생조건에서 수입 가능한 미국산 쇠고기의 범위를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 대해선 별도의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로서는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 지침을 내세워 관철시킨 수입 위생조건의 핵심 내용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이 일본, 대만, 중국 등 다른 수입국과 협상을 벌일 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도 있다.
수입 위생조건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수출증명 프로그램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수출증명 프로그램은 수입 위생조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것인데, 수입 위생조건은 그대로 두고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통해 30개월 이상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출증명 프로그램 적용에 대해 미국쪽이 난색을 표할 경우, 미국 정부가 민간업체의 자율규제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수준에서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교역금지를 위한 구체적 방안과 함께 적용기간도 중요한 이슈다. 정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내심 최소 1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5대 대형 육류 수출업체는 120일 동안 월령을 표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아직 적용기간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축산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적용기간과 관련해 김종훈 본부장은 12일 <문화방송> 100분토론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갈 때는 양쪽이 건설적인 모호성(constructive ambiguity)을 두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양국이 적용기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은 채 남겨 놓고 이후에 계속 협의해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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