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투표 내부갈등 확대보도…현장 분위기와 ‘딴판’
반대 조합원도 “순수성 훼손 우려”…게시판 토론 열기
반대 조합원도 “순수성 훼손 우려”…게시판 토론 열기
18일 낮 12시40분께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 2층 휴게실. 점심식사 뒤 쉬고 있던 50대의 송정하씨는 언론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금속노조 산하 노조들이 함께 파업을 하는데, 왜 언론들은 현대자동차 노조만 비난합니까? 임금·단체협상으로 파업하면 귀족노조라고 비판하고, 사회적 이슈로 파업하면 나서지 말라고 비판하고.”
파업 찬성률이 낮았던 이유를 묻자 노조원 염팔균(45)씨는 “미국산 쇠고기 위험에 대부분 조합원이 공감한다”며 “하지만, 해마다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다 보니 주눅이 들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바라면서도, 파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다는 얘기다.
파업 찬반투표가 끝난 뒤면 으레 노조원들이 대자보에 의견을 써 붙이는 에쿠스공장 앞 식당 게시판에도, 이번 총파업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에쿠스공장 앞에 6개 현장 조직 이름으로 내건 “광우병 미친 쇠고기 수입 저지 투쟁”이란 펼침막이 눈에 띄었다.
‘40일 촛불’에도 재협상을 주저하는 정부에, 민주노총 지도부는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현장 조직인 ‘현장연대’는 민주노총의 투쟁 전술 오류를 지적하는 홍보물을 냈다. 하지만, 예전의 ‘원색적인’ 비난은 아니었다. 새로운 노동운동을 표방하며 각종 파업 때마다 자제를 촉구하곤 하던 신노동운동연합(신노련)조차 이번엔 침묵했다.
노조가 파업을 결의할 때마다 항의 전화가 빗발치던 노조 사무실도 조용했다. 쇠고기 재협상 등을 촉구하며 2시간 잔업을 거부한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걸려 온 항의전화는 한 건도 없었다고 노조 쪽은 밝혔다.
물론 ‘파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이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찬반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는 40대의 한 조합원은 “내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해서 촛불 시위에 합류하면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풍경은, 이런 오프라인 공장 현장과는 좀 다르다. 17일부터 18일 오후 4시까지 100여 건의 글이 올라왔다. 여기선 ‘파업 강행’ 주장과 ‘반대’ 의견이 팽팽했다. 한 조합원은 “잦은 정치 파업으로 내모는 민주노총을 탈퇴하자’고 주장했다. 다른 조합원은 “조·중·동이 또다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장규호 노조 공보부장은 “예전에 자유게시판의 아이피를 추적했더니 한 조합원이 100여 개의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며 “자유게시판이 조합원의 뜻을 대변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투쟁 방법에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에는 대부분 조합원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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