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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업 번지는데 ‘노동부’가 안보인다

등록 2008-06-18 21:55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18일 오전 부산 남구 부산북항 신선대부두에서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운행을 멈춘 차량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부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18일 오전 부산 남구 부산북항 신선대부두에서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운행을 멈춘 차량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부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화물파업 우리 소관 아니다” 불구경
노동계 접촉커녕 경제부처에 끌려다녀
2003년엔 적극 대응…비판 목소리 커져
화물연대·건설노조의 ‘고유가 파업’에 이어 민주노총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총파업’을 선언하며 파업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그런데 정작 파업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노동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노동부가 ‘뜨거운’ 노동 현안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18일 정부과천청사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찾아가 “노동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다”고 따졌다. 이에 이 장관은 “화물연대는 파업이 아니라 운송거부하는 것이고 조합원들이 법률상 노동자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또 “화물연대 요구사항에 대해 노동부가 결정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도 말했다. 홍 의원이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때도 노동부가 나섰고 이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맞다”고 반박하자, 장관은 “쟁의절차를 밟지 않았고 파업 이후 노동부를 찾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 스스로 노동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는 엿새째 접어든 화물연대 파업 내내 계속돼왔다. 노동부는 12일 장관 주재로 긴급 노동청장 회의를 열고, 장관이 16일 인천항을 둘러본 것 외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장관이 관계기관 대책회의와 정부 5개 부처 합동 담화문 발표에도 참석했지만, 옆에서 국토해양부를 ‘거든 정도’에 불과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법이나 화물연대 요구사항 등을 따져봐도,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구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나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법률상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고유가 대책이나 운송료 인상, 건설 표준임대차계약서 등의 쟁점사항이 노동부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도 든다.

하지만 이는 노동부의 역할 자체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태도라는 지적이 많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에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당시엔 노동부와 청와대 노동비서관이 나서 노동계를 설득한 결과,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부 쪽은 “화물연대의 대정부 요구안에 산재보험 적용이 포함돼 있던 그때와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화물연대가 “노동자성 인정”을 내건 상황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노동계와 ‘막힌’ 대화 통로를 뚫으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예전 같으면 노동계와 노동부 사이에 수많은 ‘물밑 접촉’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을 텐데도, 노동부가 물러나 있기만 하다는 것이다. 한 노동전문가는 “노동부 스스로 대화를 통해 사회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포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 안에서도 “정부 안에 대화할 상대가 없다”고 불만이 가득하다.

노동부가 경제 부처에 끌려다니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지난 15일 파업 대책을 논의하려고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회의에도, 노동부 장관이나 청와대 노동비서관 등은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노동부 업무가 아니라서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 노동부가 ‘소극적 대응으로 자초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노동부가 이번 파업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 노사 갈등의 조정 구실을 해 왔던 노동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화물연대 파업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의 첫 총파업으로서, 정부의 노사 갈등 조정 능력과 노동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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