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재판부, 증거조사 직접 나서
“차명주식 거래, 내부정보 이용했는지 따져볼것”
“차명주식 거래, 내부정보 이용했는지 따져볼것”
‘삼성사건’ 재판부가 삼성그룹 회사 임직원 명의 차명 주식과 관련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민병훈)는 18일 열린 이건희(66) 회장 등에 대한 두번째 공판에서, 회사 임직원 명의의 차명 주식과 관련해 “양도 차익을 노리고 회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면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범죄에 해당한다”며 “특검이 이 부분을 공소사실에 포함하진 않았지만 양형의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증거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거래법은 회사의 임직원, 주요 주주들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땐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은 이 차명주식이 계열사 돈을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일 것으로 보고 자금추적을 벌였지만 개인돈이라는 해명을 뒤집을 증거를 찾지 못해 조세포탈 혐의로만 기소했다. 삼성 쪽은 “차명계좌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일상적 관행이었으며 적극적 조세포탈 의도가 없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민병훈 부장판사는 “‘내부자거래’에 의해 양도 차익을 노렸다면 조세포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선 이 회장과 회장 비서실이 이재용(40) 삼성전자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목적으로 99억5천만원어치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과 기존 주주들의 실권을 미리 계획했다는 공소사실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증인으로 나온 박노빈 에버랜드 사장과 박병주 경영지원실장은 “1996년 10월 삼성에버랜드가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당시 재무구조가 악화돼 자금 조달 필요성이 있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재판부는 “필요하면 다음주부터 매일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공판 도중 변호인을 통해 “저혈당 등으로 건강이 안 좋은 상태”라고 밝히고 재판장의 허락을 받아 당분을 복용했다. 오후 1시30분에 시작된 이날 재판은 두번의 휴정을 거쳐 9시30분이 넘어서야 끝났고 이 회장은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끄덕없다”며 돌아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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