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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낙하산 포기할 때까지 여의도 나갈 것”

등록 2008-06-18 22:26수정 2008-06-19 08:57

이병박 정부의 ‘언론장악’ 일지
이병박 정부의 ‘언론장악’ 일지
‘한국방송’ 앞 촛불시위 여드레째 계속
“‘쇠고기’ 통해 공영방송 중요성 확인”
■ 촛불현장의 목소리 ■

지난 11일 <한국방송>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면서 촛불이 여의도로 옮겨간 이후 여드레째 공영방송 수호 촛불이 이어지고 있다. 17일과 18일 빗속에서도 어김없이 촛불을 밝힌 수백명을 포함해 8일 동안 촛불집회에 연인원 1만4천여명이 참석했다. 누리꾼들이 중심이 된 촛불 시위자들은 한달여로 예정된 한국방송 감사가 끝날 때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표적 감사’에 항의할 예정이다. 감사 이후의 행로는 적절한 시점에 다시 논의해 결정한다고 했다.

이 촛불 시위의 단골 참석자인 20대 여성(공무원)은 “언론을 잘 몰랐는데 촛불시위에 참가하면서 조·중·동의 패악을 절감했다”며 “공영방송까지 장악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그는 “정권의 낙하산 투하 작전이 무위로 돌아갈 때까지 매일밤 여의도로 ‘출근’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한국방송 앞 촛불집회엔 만삭의 임신부에서 7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미국 쇠고기 협상 사태를 통해 깨어있는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자각했다는 것이다. 고승범(30·취업준비생)씨는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수신료가 나가는 국민의 방송이 ‘땡박 뉴스’가 될까 두려워 나왔다”고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도 퇴진시키고 낙하산도 막아낼 수 있다는 한국방송 노조의 주장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정아(37·자영업)씨는 “노조가 본관 앞에 세워놓은 ‘정사장 물러가라’는 검은 휘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지금은 현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안팎으로 막아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임명이 등치되는 국면임을 노조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방송 구성원들은 정 사장 퇴진문제를 둘러싸고 갈라져 있다. 노조는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동시에 외치고 있다. 반면, 기자협회와 피디협회는 ‘공영방송 사수’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피디협회 안에도 노조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존재하고, 기자협회에서도 17일 설문 결과를 보면 37.8%는 정 사장 퇴진이 우선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권의 압박과 촛불의 등장이 한국방송 구성원 사이에서 공영방송 수호의 절박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한국방송 직원인 황보영근(47·기술본부 품질관리팀)씨는 그동안 ‘코드 박살 복지 대박’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노조 편에 서 왔다. 하지만 지금은 노조 편만 들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은 정권의 의도가 뻔히 보이지 않으냐”며 노조 노선을 간접 비판했다. 그는 촛불시민이 눈물겹게 고마워서 우비 300개를 사서 돌리고 촛불대열에 섰다고 했다. 그는 “낙하산 사장이 오면 ‘시사투나잇’이나 ‘미디어 포커스’ 같은 개혁적 프로그램이 방영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촛불을 드는 한국방송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표적감사’에 이은 ‘정사장 표적 소환’의 다음 수순으로 ‘청와대 사장’이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방송의 한 직원은 “사장 내정설이 돌고 있는 대통령 후보 캠프 방송전략실장 출신 김인규씨에게 벌써부터 줄을 대고 있는 인사들이 즐비하다”고 전했다. 이 사람들이 보도본부장이 되고 데스크가 되고 팀장이 된다면 뉴스 논조가 정권 입맛대로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방송이 무너지면 방송계 전체가 정권의 손아귀로 들어갈 것이라는 도미노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윤영욱 <문화방송> 논설위원은 “이미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엠비맨’이 포진한 데 이어 한국방송마저 낙하산 사장이 내려온다면 문화방송 민영화 논의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사태가 계속되면 이미 임명된 사람일지라도 방송계와 시민단체가 연대해 퇴진운동을 펴야 한다”고 했다.

한국방송 노조위원장을 지낸 현상윤 피디는 촛불집회 단상에 올라 “엠비정권은 반성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방송사 사장을 자기사람으로 앉혔고, 한국방송에는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등 5공시절에나 했던 공작정치를 벌이고 있다”며 “한국방송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 여러분들이 지도편달해 달라”고 호소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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