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산케이신문>과 한 인터뷰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수 조영남씨. 사진은 지난해 4월 미술작품 전시회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때의 모습.(뉴욕=연합뉴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내가 좀 우쭐하는 게 있어 언젠가 화를 당할 줄 알았다.”
가수 조영남(60)씨가 2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조씨는 독도·교과서 문제 등에 관해 일본 <산케이신문>과 한 인터뷰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24일치 인터뷰 기사에서 조씨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뒤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배반대 목소리가 워낙 커 굉장한 장소일 거라고 세뇌당했다”고 말했고, 독도·교과서 문제에 대해선, “냉정한 대응에서 일본이 한수 위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방송 퇴출까지 요구하며 조씨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조씨는 25일 연락을 해온 많은 언론사 기자들의 인터뷰에 일일이 응하고 해명자료까지 내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조씨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산케이신문에) 당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산케이신문> 보도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일본이 한수 위’라고 한 것은 독도문제의 경우 일본 정부는 빠지고 현 단위에서 움직이는 것이나 마음대로 조례를 만들어놓고 국제재판소에 가서 영향력을 행사해 이겨보겠다는 전략이 대단하다는 일종의 반어법이었습니다. 또, 야스쿠니 신사는 답사차 들렀을 뿐 ‘참배’한 적은 없습니다.”
조씨가 <산케이신문>과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의 일본어판 출간을 기념해서였다. 목숨을 걸고 ‘친일선언’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던 조씨,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일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을까? “맥아더 장군이 일본 정신연령이 12살이라고 한 것과 전여옥씨가 ‘일본은 없다’라고 한 말뜻을 알게 됐습니다. 일본의 속을 못보고 겉만 봤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씨는 <산케이신문>에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고 법적대응도 생각하고 있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26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구경’으로 정정보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영남은 25일 저녁 기독교방송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너희가 남의 땅(독도)을 교묘하게 빼앗으려고 조례를 발표해 우리를 들끓게 하고, 국제 문제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국제 재판소로 가는 통로를 만들고 있다”면서 “막강한 국력과 힘으로 땅을 먹으려는 고도의 전략을 풍자하며 염장을 지르기 위해 한 발언”이라고 산케이 보도에 대해 해명했다.
조씨는 <한국방송> ‘체험 삶의 현장’에서도 하차했다. 조씨는 전날‘체험 삶의 현장’진행 여부는 방송사쪽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으나, ‘빅3 콘서트’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남은 이미자, 패티김과 함께 5월 7-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7월 9일 인천 문화회관에 이르기까지 대구, 광주, 부산, 울산, 강릉, 춘천, 대전, 전주, 제주 등 2개월 동안 전국 10여개 도시를 돌며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KBS 외주제작팀의 길환영 팀장은 26일 “조영남 씨가 사퇴 의사를 밝혔고 KBS도 진행자가 논란의 가운데에 서 있을 경우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조씨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가수 조영남씨는 1993년부터 13년간 한국방송의 ‘체험 삶의 현장’의 진행을 맡아왔다.
길환영 팀장은 25일 “내일 (체험 삶의 현장) 녹화가 있기 때문에 어떤 식이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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