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골목은 ‘길다’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긴 골목’이라는 뜻이다. 400m가 넘는 이 골목 안에는 수십 채의 일본식 건물과 수십 년 내려온 보리밥집, 다방 등이 자리 잡고 있다.(왼쪽 사진) 1919년 신명여고, 계성고교 등 고등학생 800명이 솔밭에 모였다가 이 길을 통해 도심지로 달려나가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오른쪽)
‘대구 골목투어’ 가보니
3·1운동길서 시작 뽕나무골목엔 이상화 시인 옛집이
전국서 연간 1만여명 찾아…자전거 활용 등 계획도 “이곳이 3·1운동길입니다. 고등학생 800명이 1919년 3월 8일 오후 2시 이 길을 따라 대구 도심지로 진출한 뒤 일제에 맞서 목이 터져라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습니다. ” 19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동산병원 뒷동산에 대구시민 40명이 모여 문화해설사 이영숙(46)씨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대구 중구청이 펼치는 ‘골목투어’ 현장이다. 대구에서 60년 동안 살았다는 김상백(81)씨는 “수십년 동안 친구들과 함께 이 길을 걸었지만 이렇게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200여m에 걸쳐 난 이 길은 시멘트로 덧씌워져 있지만 비교적 옛 모습이 잘 남아있다. 3·1운동길을 뒤로 한 채 6차선 도로를 건너 100년의 역사를 지닌 계산성당 뒤편 골목길로 접어들면 뽕나무 골목이 나타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이 살던 옛집이 골목 끝에 자리잡고 있다. 상화는 타계하기 직전인 1939∼1943년, 가난했던 말년을 이 곳에서 보냈다. 대구 중구청이 현재 복원중인 이 집은 오는 8월15일쯤 일반에 공개된다. 상화 옛집의 이웃에는 상화의 맏형 상정씨의 옛집과 국채보상 운동으로 유명한 서상돈 선생이 살던 집도 보존돼있다. 100년전 유생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보러 떠나던 성밖골목을 지나 진골목에 닿으면 1.7㎞의 골목투어는 끝난다. 대구 종로를 비켜가는 400여m에 이르는 이 골목은 길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유래돼 진골목이 됐다고 한다. 그 옛날 서민들이 양반들이 다니던 큰길을 피해 이 진골목으로 다녔다. 서울 종로의 피맛골과 같은 성격이다. 골목투어에 참가한 인천시 동구청 최민식 계장은 “대구 골목투어를 벤치마킹해 인천에서도 재래시장과 옛골목을 연결하는 투어를 개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 골목투어는 2002년 3월에 시작됐다. 시민단체인 거리문화시민연대가 6년 동안 투어를 도맡았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온 연인원 1만5천여명이 이 골목길을 다녀갔다. 골목투어를 이끌어온 이 단체 권상구 사무국장은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옛 선조들의 애환이 서린 골목길이 사라져 안타깝다”며 “골목골목을 되살려 대구를 걷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골목뿐만 아니라 대구 전역의 역사현장을 담은 600쪽짜리 <대구 신택리지>를 펴내기도 했다. 거리문화시민연대가 여러사정으로 골목투어를 중단하는 바람에 대구 중구청이 지난 5월부터 투어를 넘겨받았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아 한번에 40여명씩, 한달에 3차례씩 투어를 떠나지만 신청자가 많아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골목투어의 구간과 시간 등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중구청은 현재 진행중인 1.7㎞ 구간 외에 경상감영 공원, 교동, 포정동, 달성공원, 건들바위 등으로 골목투어의 범위를 대폭 넓힐 계획이다. 또 현재 2시간 걸리는 골목투어 시간대를 1시간, 2시간, 반나절, 온종일 등으로 늘리고 가능하면 자전거 골목투어도 도입해볼 계획이다. 영남대 국사학과 김일수 박사는 “1960년대 이후 도시계획에 따라 대도시 골목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며 “선조들의 애환과 전통이 담긴 골목 걷기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이슬람, 중국에서 보존된 대도시 뒷골목이 사회적으로, 인류학적으로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전국서 연간 1만여명 찾아…자전거 활용 등 계획도 “이곳이 3·1운동길입니다. 고등학생 800명이 1919년 3월 8일 오후 2시 이 길을 따라 대구 도심지로 진출한 뒤 일제에 맞서 목이 터져라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습니다. ” 19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동산병원 뒷동산에 대구시민 40명이 모여 문화해설사 이영숙(46)씨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다. 대구 중구청이 펼치는 ‘골목투어’ 현장이다. 대구에서 60년 동안 살았다는 김상백(81)씨는 “수십년 동안 친구들과 함께 이 길을 걸었지만 이렇게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200여m에 걸쳐 난 이 길은 시멘트로 덧씌워져 있지만 비교적 옛 모습이 잘 남아있다. 3·1운동길을 뒤로 한 채 6차선 도로를 건너 100년의 역사를 지닌 계산성당 뒤편 골목길로 접어들면 뽕나무 골목이 나타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이 살던 옛집이 골목 끝에 자리잡고 있다. 상화는 타계하기 직전인 1939∼1943년, 가난했던 말년을 이 곳에서 보냈다. 대구 중구청이 현재 복원중인 이 집은 오는 8월15일쯤 일반에 공개된다. 상화 옛집의 이웃에는 상화의 맏형 상정씨의 옛집과 국채보상 운동으로 유명한 서상돈 선생이 살던 집도 보존돼있다. 100년전 유생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보러 떠나던 성밖골목을 지나 진골목에 닿으면 1.7㎞의 골목투어는 끝난다. 대구 종로를 비켜가는 400여m에 이르는 이 골목은 길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유래돼 진골목이 됐다고 한다. 그 옛날 서민들이 양반들이 다니던 큰길을 피해 이 진골목으로 다녔다. 서울 종로의 피맛골과 같은 성격이다. 골목투어에 참가한 인천시 동구청 최민식 계장은 “대구 골목투어를 벤치마킹해 인천에서도 재래시장과 옛골목을 연결하는 투어를 개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 골목투어는 2002년 3월에 시작됐다. 시민단체인 거리문화시민연대가 6년 동안 투어를 도맡았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온 연인원 1만5천여명이 이 골목길을 다녀갔다. 골목투어를 이끌어온 이 단체 권상구 사무국장은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옛 선조들의 애환이 서린 골목길이 사라져 안타깝다”며 “골목골목을 되살려 대구를 걷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골목뿐만 아니라 대구 전역의 역사현장을 담은 600쪽짜리 <대구 신택리지>를 펴내기도 했다. 거리문화시민연대가 여러사정으로 골목투어를 중단하는 바람에 대구 중구청이 지난 5월부터 투어를 넘겨받았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아 한번에 40여명씩, 한달에 3차례씩 투어를 떠나지만 신청자가 많아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골목투어의 구간과 시간 등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중구청은 현재 진행중인 1.7㎞ 구간 외에 경상감영 공원, 교동, 포정동, 달성공원, 건들바위 등으로 골목투어의 범위를 대폭 넓힐 계획이다. 또 현재 2시간 걸리는 골목투어 시간대를 1시간, 2시간, 반나절, 온종일 등으로 늘리고 가능하면 자전거 골목투어도 도입해볼 계획이다. 영남대 국사학과 김일수 박사는 “1960년대 이후 도시계획에 따라 대도시 골목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며 “선조들의 애환과 전통이 담긴 골목 걷기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이슬람, 중국에서 보존된 대도시 뒷골목이 사회적으로, 인류학적으로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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