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세번째공판
“양형의 중요성 고려”…“적극적으로 증언 나서겠다”
‘삼성 사건’ 재판부가 이 사건 고발을 주도한 김상조(46)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과 곽노현(54)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를 양형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민병훈)는 20일 이건희(66) 회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 8명의 세번째 공판에서 “양형의 중요성을 고려해 곽노현, 김상조 교수를 양형 증인으로 불러 의견을 들어 보고자 한다”며 “출석 의사가 있다면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재판부 의지를 존중한다”며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형량을 정하는 작업과 관련해 두 교수의 증언을 듣겠다는 재판부의 방침은 다른 사건들과 비교해 이례적일 뿐 아니라, 이들이 이 회장 일가의 불법 세습 행태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온 터라 법원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공판 준비기일에서 조준웅 특검팀과 이 회장 변호인단 쪽에 양형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중앙일보사가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실권한 과정을 둘러싸고 “그룹 비서실의 사전 지시가 있었다”는 특검 쪽의 주장과 “독자적 판단 아래 이뤄졌다”는 중앙일보사 쪽의 주장이 맞섰다. 중앙일보사는 1996년 10월26일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특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나흘 전에 이뤄진 중앙일보의 전환사채 발행에 주목하면서, 삼성그룹 비서실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에버랜드와 중앙일보사가 서로의 전환사채 청약을 포기하면서 양쪽 실권주를 맞교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인으로 나온 임광호 전 중앙일보사 경영기획실 재무파트장은 “배당이 없는 비상장 주식으로 유동화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아래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했다”며 “회사의 독자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인 채택을 보류했던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과 허태학 에버랜드 사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직권으로 기각했다. 조준웅 특검은 “정확한 진술이 필요하다”며 반발했지만, 민 부장판사는 “취지가 수사 진술조서 내용과 별 차이가 없고 사실관계에 대한 증언은 충분히 나왔다고 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4일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이 진술조서에 동의했다고 해서 증인 신청을 하지 말아 달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어, 애초부터 홍 회장 등을 부를 의지가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 17일 재판부가 양형 요소로 고려하겠다며 제안한 ‘삼성 임직원 명의의 이 회장 차명주식의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여부’ 파악에 대해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법정에서 밝힐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뒤 조 특검은 “법리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할 재판부가 양쪽 토론을 주도하는 등 직권이 과도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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