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 중단 발표에 따라, 대운하 건설 예정지로 알려진 지역의 땅값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대운하 터미널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던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삼합2리의 지난 3월 모습.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대운하 중단’ 지역 표정
주민들 환영·실망감 교차속 비교적 담담
“이제 좀 조용해졌으면…갑작 중단 황당”
“땅값 추락에 땅산 사람들 팔자고 난리”
주민들 환영·실망감 교차속 비교적 담담
“이제 좀 조용해졌으면…갑작 중단 황당”
“땅값 추락에 땅산 사람들 팔자고 난리”
“참 나, 뭐 이런 웃기고 황당한 일이 있나.”
경부운하의 화물터미널 예정지로 소문났던 충북 충주시 엄정면 목계2리 우수인(52) 이장은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두고 어이없다며 웃었다. 우 이장은 “우리가 운하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정부가 운하 하겠다고 들쑤셔 놓고 이제 와서 안 하겠다니 정부가 국민 뒤통수 치는 것도 아니고…”라며 “여기 내려와서 땅 샀던 서울 사람들은 속 좀 쓰리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담담한 편이었다. 충주시 가금면 장미산리 정인수(64) 이장은 “운하 중단 얘기 나오니까 불 나던 전화통이 잠잠해졌다”며 “운하 얘기 나오면서 한 마을에서도 땅 가진 사람과 땅 안 가진 사람이 확 갈렸는데, 이제 마을이 좀 조용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삼합(세 물길이 합쳐지는 곳)리의 남한강가에 천렵을 하던 이길수(38)씨도 “4~5월까지만 해도 외지인들의 고급차가 하루에 서너대씩 보였지만, 이제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애초부터 이 곳 주민들은 큰 관심도 기대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표정은 새재 넘어 경북 문경쪽도 마찬가지였다. 경북 문경시 마성면 진남교반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는 서아무개(57)씨는 “나는 여기 자연이 좋은데, 운하가 들어와서 잠기거나 수용되면 어쩌나 했다”며 “우리같은 사람들한테는 운하는 안하는 게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운하 반대운동을 펼쳐온 <문경시민신문> 김석태(59) 대표도 “이 대통령이 이번에 운하는 깨끗이 포기하고 정부의 역량을 경제 살리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을 표시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대운하 지지 결의대회를 두 차례나 열었던 경기 여주군 대운하물길연구회 원종태(54) 공동대표는 “찬반 논쟁보다는 제대로 된 타당성 검토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며 “갑작스런 중단으로 주민들이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문경시 마성면 오천리 천상철(61)씨도 “이 지역이 낙후했는데, 운하가 들어오면 땅값도 뛰고 지역도 발전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대운하 예정지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은 비상이 걸렸다. 땅값이 곤두박질치면서 사자는 주문은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국토해양부의 대운하 사업 중단 방침이 나온 뒤, 충주의 운하 터미널 예정지의 땅값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운하 얘기 나오기 전 3.3㎡당 5만원 정도 하던 땅이 대선 전에 20만원, 대선 직후에는 30만원까지 뛰었는데, 지금은 10~15만원에도 살 사람이 없다.
충주시 칠금동 대운하부동산의 김아무개씨는 “한마디로 난리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운하 기대하며 땅 샀던 사람들이 이제 팔아달라고 아우성”이라며 “나도 운하 예정지로 사무실을 옮겨왔는데, 다시 시내쪽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상주시의 한 부동산 김아무개(50)씨는 “3.3㎡에 3~4만원에서 10만원까지 올랐던 운하 터미널 예정지의 땅값이 내려앉고 있다”며 “그동안 문을 열었던 부동산업소들이 대부분 도청을 유치한 안동쪽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지방정부들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분주하다. 경기도 여주군은 지난 2월 구성했던 대운하 태스크포스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여주군 관계자는 “대운하 복합터미널 사업을 위해 추진단을 만들었으나, 정부가 추진단을 해체한 마당에 더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충주시도 태스크포스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경시는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영구 중단이 아니라, 보류로 이해한다”며 한가닥 희망을 놓지 않았다. ‘낙동강 운하’를 추진하겠다던 영남지역 5개 광역시·도는 운하가 안 되면 치수사업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의 김태호 지사는 22일 “정부가 대운하를 않겠다면 못하는 것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홍수 피해가 1조원이 넘는 낙동강의 치수사업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이라고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영남 5개 광역단체장들과 모여 의논해 보겠다”고 말했다. 여주 충주 문경/김기성 오윤주 박영률 기자 player009@hani.co.kr
지방정부들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분주하다. 경기도 여주군은 지난 2월 구성했던 대운하 태스크포스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여주군 관계자는 “대운하 복합터미널 사업을 위해 추진단을 만들었으나, 정부가 추진단을 해체한 마당에 더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충주시도 태스크포스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경시는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영구 중단이 아니라, 보류로 이해한다”며 한가닥 희망을 놓지 않았다. ‘낙동강 운하’를 추진하겠다던 영남지역 5개 광역시·도는 운하가 안 되면 치수사업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의 김태호 지사는 22일 “정부가 대운하를 않겠다면 못하는 것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홍수 피해가 1조원이 넘는 낙동강의 치수사업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 대통령이 ‘국민이 반대하면’이라고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영남 5개 광역단체장들과 모여 의논해 보겠다”고 말했다. 여주 충주 문경/김기성 오윤주 박영률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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