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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터넷 여론’에 칼 빼든 ‘검찰의 숙제’

등록 2008-06-23 13:59수정 2008-06-23 15:14

검찰의 수사 표적.
검찰의 수사 표적.
‘조중동 광고 중단 시민운동’ 위법성 논란
검찰, 위법 입증해야…판례, “‘사실적시’ 위계 아냐”
공공성 우선…소비자운동 민사책임 물은 전례 없어
인터넷을 중심을 번지는 조선·중앙·동아 광고 싣지 말기 운동에 대해 검찰이 단속의 칼을 빼들어, 이 운동의 위법성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검찰은 누리꾼들이 이들 신문의 광고주들에게 광고 중단을 요구할 때 “광고를 끊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는 식으로 집단적으로 협박·폭언을 한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와 협박죄 등을 적용하고 정도가 심하면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협박’은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끼치겠다고 전하는 것을 뜻하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돼 있다. 검찰은 이런 정도의 협박 행위가 만연했는지 실태 파악부터 해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일반적이지도 않은 일을 침소봉대하는 행태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적용 여부를 두고 가장 논란이 되는 형법의 업무방해죄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계’란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방이 오인·착각하게 만들거나 특정한 사실을 알 수 없게 해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위력’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것으로, 유·무형에 관계 없이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대법원은 해석한다. 따라서 누리꾼한테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했다는 게 밝혀져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촉구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21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촛불소녀’ 캐릭터 아래 “조중동은 끊어 주자” “의료 시장화 안돼” 등의 구호를 써 넣은 손팻말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촉구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21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촛불소녀’ 캐릭터 아래 “조중동은 끊어 주자” “의료 시장화 안돼” 등의 구호를 써 넣은 손팻말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현재 누리꾼들이 벌이는 운동은 조·중·동에 광고를 실은 업체들의 전화번호와 누리집 주소 등을 ‘오늘의 숙제’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린 뒤, 이를 본 이들이 자발적으로 업체들에 항의 전화를 하거나 누리집에 들어가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글을 남기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거친 항의가 아니라, 소비자로서 예의를 지켜달라”고 서로 당부하고 있으나, 일부는 거친 언행을 보이기도 한다.

법조인들은 대체로 이런 정도는 범법행위가 아니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정 신문에 광고를 낸 기업 이름을 올리는 것은 허위사실 또는 위계라고 볼 수 없는 ‘사실 적시’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는 “인터넷 자유게시판 등에 실제의 객관적인 사실을 게시하는 행위는 설령 그로 인해 업무가 방해되더라도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위력’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도 대법원의 한 판사는 “일반적으로 전화를 거는 등의 행위를 위력에 의한 위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 구성원 등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공해에 가까울 정도로 업무방해가 이뤄졌다면 위력 행사인지 검토 대상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논평에서 “불매운동은 정도가 극히 폭력적이거나 상식을 벗어난 것이 아닌 한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며 “개개인들의 자발적 행위를 위력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형법 등의 명예훼손죄 조항은 불특정 다수가 알도록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하지만,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법원에서는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에는 명예훼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누리꾼들이 업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도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그러나 전화통화한 직원들의 이름과 소속 부서 정도를 인터넷에 올렸다고 사생활과 명예를 침해했다고 보는 것은 억지스런 법 해석이다.

한편, 업무방해죄 적용에 좀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형사절차와는 달리 민사에서는 책임 부과 기준이 느슨한 편이다. 대법원 판례는 “민사상의 업무방해는 허위사실의 유포나 위계 또는 위력을 그 구성요건으로 필요로 하는 게 아니므로, 위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운동 차원의 일에 민사적 책임을 물은 사례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인터넷 여론’에 칼 빼든 ‘검찰의 숙제’


▶“나도 잡아가라” 대검 홈피에 글 쇄도…검찰 수사착수 고민
▶“조·중·동 광우병 왜곡보도가 불매운동 촉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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