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외환카드 감자설’ 허위사실로 인정 안해
유희원 전대표 집유석방…검찰은 “즉각 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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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 사건’ 수사의 핵심 결론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의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 유포 혐의에 대해 항소심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고의영)는 24일 외환카드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유회원(58)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부실채권을 싸게 팔아 론스타코리아에 손해를 끼친 부분 등에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유씨를 석방했다.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각각 벌금 250억원을 선고받았던 외환은행과 대주주인 엘에스에프 케이이비 홀딩스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2003년 11월21일 외환은행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감자계획 검토’에 대해 “허위사실의 유포는 감자설 자체가 허위인지 여부를 판단해야지 실제로 감자를 실현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에 의해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에 당시 감자를 실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을지는 몰라도, 당시 증권사 보고서나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진술 등을 볼 때 감자가 검토 가능한 안이 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앞서 검찰과 1심 법원은 “외환은행에 실제 감자를 실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며 론스타 쪽의 감자 검토 발표는 주가를 떨어뜨려 외환카드 흡수합병 비용을 낮추기 위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한쪽에서는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 판례를 부적절하게 인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판례는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허위사실 유포인지를 판단할 때 ‘내용 자체의 사실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공시’와, ‘추진 의사와 능력을 판별해야 하는 공시’를 분리해 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 사건에서 문제된 ‘감자 검토’ 입장은 사실 유무를 판단할 게 아니라 실제 추진 의사와 능력을 따질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당 3975원이던 외환카드 주가는 감자설 발표 직후 2930원까지 떨어져, 실제 감자 추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가 주가조작 의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무죄 판결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상고 방침을 밝혔다.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론스타 쪽에서 합병비용을 줄이기 위해 허위 감자 계획 유포를 모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물증과 핵심 관련자의 증언이 있다”고 말했다.
박현철 김남일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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