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음식점 원산지 표시 관리 및 미국산 쇠고기 검역조사 지침’을 발표한 뒤 연단을 내려와 한-미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통상정책관(맨 오른쪽)과 함께 서 있다. 과천/김진수 기자 jsk@hani.co.kr
QSA프로그램…한 “미 정부서 보증” 미 “민간 자율로”
30개월 미만 4개부위…한 “수입 차단” 미 “거래 안될 것 기대”
30개월 미만 4개부위…한 “수입 차단” 미 “거래 안될 것 기대”
한-미 쇠고기 ‘추가 협상’의 합의 내용과 형식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선, 협상 결과에 대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우리 정부의 발표 내용이 달라, 협상이 100% 완벽하게 합의되지 않았거나 정부가 협상 결과를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해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관보에 게재할 때 미국이 추가 협상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한 방식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정부가 서명을 해서 보내기로 한 서한이 합의문인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 “미국의 고시 관철 유인책”
고시전 협상내용 공개 목소리 커져 ■추가협상 결과, 한-미 발표 내용 차이 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교역을 금지할 수 있는 기간과 관련해,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 발표 뒤 국내 여론은 ‘무기한’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미 무역대표부는 발표문에서 ‘과도적 조처’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처음 발표 때와 달리 ‘무기한’을 강조하는 강도가 조금 떨어지고 있음이 감지된다. 김종훈 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1년 뒤나 특정한 어떤 시점에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예상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1년보다)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다”는 답을 내놨다. 정부는 30개월 미만 소의 뇌·눈·머리뼈·척수에 대해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이 아니지만 수입 차단하기로 했다”며 “수입업자의 주문이 없는 한 통관 시 발견되면 반송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무역대표부의 발표문에는 “4개 부위는 이제껏 (한국 쪽 수요가 없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양쪽이 동의했고, 수입 위생조건이 발효되면 수요가 있을 때까지는 이같은 상업적 관행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확인할 것’이라고 애매하게 돼 있다.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정부는 미국 정부의 보증과 강제력을 내세우지만, 무역대표부는 민간업자 사이의 ‘상업적 이해’에 의한 ‘과도기적인 조처’임을 강조한다. 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을 거쳐 수출되는 쇠고기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 보장할지에 대해서 미 무역대표부는 언급하지 않고 있고, 추가 협상에서 합의한 내용을 미국 수출업자가 위반할 경우 제재 방법에 대한 설명도 없다. 또 정부는 추가 협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미국 무역대표부는 발표문에서 줄곧 ‘토의’(discussion)라고 명시해, 추가협상의 법적 지위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조정식 통합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쇠고기 추가 논의 관련 성명과, 한국 정부의 발표 사이에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며 “추가 협상에 대한 합의문을 조속히 공개하고 쇠고기 고시의 관보 게재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 돈부터 주고 계약서는 나중에? 보통 정상적인 협상이라면 합의문을 만들고 양쪽 협상 대표가 서명한 뒤, 내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합의사항을 이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쇠고기 추가 협상은 양국 통상장관들끼리의 합의 내용에 대한 ‘서명 확인’을 수입 위생조건의 발효와 연계하는 기묘한 방식을 택했다. 마치 계약서에 도장도 안 찍고 돈부터 내주는 것과 같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고시를 유보한 데 대해 미국 쪽 불신이 커 미국이 이런 식의 안전장치를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의 한 국제법 학자는 “어떻게든 고시를 관철시키려는 미국의 유인책”이라며 “일단 고시를 하지 않고 협상 내용을 자세하게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합의문 존재 여부와 합의문 형식도 논란거리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1일 추가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서명한 서한을 추후에 보내겠다고 합의했고, 합의한 텍스트는 나눠 갖고 돌아왔다. 서명은 없다”고 밝혔다. 이미 서한 내용은 합의해서 만들었는데 서명은 안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는 “합의 내용을 그대로 간추려서 미국 농무장관과 무역대표부 대표가 서명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해, 아직 서한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명한 합의문은 없고, 추가 협상 내용을 정리한 회의록이 있다”며 “미국 쪽에서 보낼 서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서한에 세세한 합의사항을 다 담을 수는 없다”며 “7일 동안의 협상 내용을 담은 문서가 있을 텐데 그것은 고시 전에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추가협상의 핵심 합의사항은 한국의 쇠고기 고시 강행 미국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성명을 보면, 곳곳에 ‘(지난 4월18일 합의된) 수입 위생조건이 발효되면’(once the import protocol is in effect)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결국 양쪽의 모든 합의사항은 쇠고기 고시 발효에 종속돼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막는 장치로 정부가 내세우는 ‘한국용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의 실체도 미리 확인하지 못한 채 수입 위생조건의 고시를 발효시켜야 한다. 이번 추가협상에서는 미국이 줄곧 주장해 온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다. 강제력이 없는 업계 자율의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으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교역을 지속적으로 금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송기호 변호사는 “큐에스에이는 위생검역 조처에 해당하지 않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TBT)으로 간주돼 존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고시전 협상내용 공개 목소리 커져 ■추가협상 결과, 한-미 발표 내용 차이 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교역을 금지할 수 있는 기간과 관련해,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 발표 뒤 국내 여론은 ‘무기한’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미 무역대표부는 발표문에서 ‘과도적 조처’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처음 발표 때와 달리 ‘무기한’을 강조하는 강도가 조금 떨어지고 있음이 감지된다. 김종훈 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1년 뒤나 특정한 어떤 시점에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예상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1년보다)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다”는 답을 내놨다. 정부는 30개월 미만 소의 뇌·눈·머리뼈·척수에 대해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이 아니지만 수입 차단하기로 했다”며 “수입업자의 주문이 없는 한 통관 시 발견되면 반송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무역대표부의 발표문에는 “4개 부위는 이제껏 (한국 쪽 수요가 없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양쪽이 동의했고, 수입 위생조건이 발효되면 수요가 있을 때까지는 이같은 상업적 관행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확인할 것’이라고 애매하게 돼 있다.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정부는 미국 정부의 보증과 강제력을 내세우지만, 무역대표부는 민간업자 사이의 ‘상업적 이해’에 의한 ‘과도기적인 조처’임을 강조한다. 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을 거쳐 수출되는 쇠고기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 보장할지에 대해서 미 무역대표부는 언급하지 않고 있고, 추가 협상에서 합의한 내용을 미국 수출업자가 위반할 경우 제재 방법에 대한 설명도 없다. 또 정부는 추가 협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미국 무역대표부는 발표문에서 줄곧 ‘토의’(discussion)라고 명시해, 추가협상의 법적 지위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조정식 통합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쇠고기 추가 논의 관련 성명과, 한국 정부의 발표 사이에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며 “추가 협상에 대한 합의문을 조속히 공개하고 쇠고기 고시의 관보 게재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 돈부터 주고 계약서는 나중에? 보통 정상적인 협상이라면 합의문을 만들고 양쪽 협상 대표가 서명한 뒤, 내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합의사항을 이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쇠고기 추가 협상은 양국 통상장관들끼리의 합의 내용에 대한 ‘서명 확인’을 수입 위생조건의 발효와 연계하는 기묘한 방식을 택했다. 마치 계약서에 도장도 안 찍고 돈부터 내주는 것과 같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고시를 유보한 데 대해 미국 쪽 불신이 커 미국이 이런 식의 안전장치를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의 한 국제법 학자는 “어떻게든 고시를 관철시키려는 미국의 유인책”이라며 “일단 고시를 하지 않고 협상 내용을 자세하게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합의문 존재 여부와 합의문 형식도 논란거리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1일 추가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서명한 서한을 추후에 보내겠다고 합의했고, 합의한 텍스트는 나눠 갖고 돌아왔다. 서명은 없다”고 밝혔다. 이미 서한 내용은 합의해서 만들었는데 서명은 안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는 “합의 내용을 그대로 간추려서 미국 농무장관과 무역대표부 대표가 서명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해, 아직 서한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명한 합의문은 없고, 추가 협상 내용을 정리한 회의록이 있다”며 “미국 쪽에서 보낼 서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서한에 세세한 합의사항을 다 담을 수는 없다”며 “7일 동안의 협상 내용을 담은 문서가 있을 텐데 그것은 고시 전에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추가협상의 핵심 합의사항은 한국의 쇠고기 고시 강행 미국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성명을 보면, 곳곳에 ‘(지난 4월18일 합의된) 수입 위생조건이 발효되면’(once the import protocol is in effect)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결국 양쪽의 모든 합의사항은 쇠고기 고시 발효에 종속돼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막는 장치로 정부가 내세우는 ‘한국용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의 실체도 미리 확인하지 못한 채 수입 위생조건의 고시를 발효시켜야 한다. 이번 추가협상에서는 미국이 줄곧 주장해 온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다. 강제력이 없는 업계 자율의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으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교역을 지속적으로 금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송기호 변호사는 “큐에스에이는 위생검역 조처에 해당하지 않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TBT)으로 간주돼 존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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