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가협상 QNA 자료’ 서 인정
“미 광우병 지위 부정적 변동 있어야 지속”
“미 광우병 지위 부정적 변동 있어야 지속”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검역주권 논란의 핵심인 ‘광우병 발생 때 수입금지 조처’와 관련해 정부가 또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에 따라 만들어진 수입위생조건 5조에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역주권을 양도한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5월20일 양쪽 통상장관 서한 교환의 형식으로 ‘수입위생조건 5조의 적용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가트(관세무역일반협정) 20조 및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을 부칙 6항에 넣고 검역주권이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새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되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가트 20조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입금지 조처를 취할 수 있을 뿐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 등급을 하향 조정하지 않으면 다시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정부가 인정했다. 지난 22일 정부가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관련 문답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부칙 6항에 규정한 대로 가트 20조 및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WTO SPS)에 따라 일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어 ‘미국 쪽과 협의해 공동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할 수 있고, 조사 결과 미국의 광우병 지위에 부정적 변동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지속적으로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할 수 있는지 여부는 국제수역사무국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문답 자료에서 밝힌 대로 해석한다면, 수입위생조건 5조 자체를 삭제하지 않고서는 검역주권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칙이 수입위생조건 본문 5조와 충돌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을 수출국 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고, 또 우리 정부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수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검역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라며 “특히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 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결국 수입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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